파우치 “해고 위협은 트럼프의 방식일 뿐, 진짜 해고할거라 생각한 적 없어”

임보미 기자 입력 2021-01-25 11:47수정 2021-01-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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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파우치 소장(오른쪽)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가운데)이 3월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테스크포스(TF)에서 자신이 “소풍에 나타난 스컹크(불쾌함을 주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불렸다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코로나19 대응을 이끄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사임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을 받을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냐는 질문에 파우치 소장은 “겁 없이 진실을 말할 사람이 필요했다. 백악관에서 진짜 문제를 별 것 아닌 것처럼 포장하려 하고 상황에 대해 가볍게 말할 때마다 나는 ‘잠깐만요,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나한테 소풍에 나타난 스컹크라는 농담도 나왔다”고 밝히며 “자신은 한번도 사임을 고려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위협? 진짜 해고할 거라 생각한 적은 없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위험을 경고하는 파우치 소장을 곧잘 비판했으며 ‘파우치를 자르라’는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고 유세 현장에서 파우치의 해임을 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파우치 소장은 “그(트럼프)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트럼프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트럼프가 트럼프한 거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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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확한 발언을 할 때면 기자들은 파우치 소장의 입장을 들어보자고 그에게 마이크를 넘겼고 그럴 때마다 파우치 소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한 추가 설명을 하곤 했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것에 “미국 대통령에 반박하면서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야만 했던 결정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안의 진실과 타협하며 세상에 잘못된 메시지를 줬을 것이다. 그때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에게 ‘그래도 괜찮다’는 암묵적 허락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 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최측근 사이에서는 파우치 소장이 공개석상에서 대통령의 의견을 반박하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많았다. 방송, 신문 등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마크 메도우스 비서실장이 전화해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특히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및 백악관 고문은 “어떻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25개나 있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이 백악관에서 세우는 계획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제시하고 나면 트럼프 대통령도 전화해 “왜 사람이 그렇게 부정적인가? 좀 긍적적인 태도를 가져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다만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한번도 화를 내지 않은 것은 인정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하루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혀 근거가 없는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파우치 소장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군”이라며 다른 주제로 화제를 넘겼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파우치 소장이 대통령 면전에서 그의 주장을 반박한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파우치 소장은 “내 의견을 물었는데 그럼 뭘 말해야하느냐”고 반문했다고 밝혔다.

●의문의 가루 테러, 리신이었으면 죽었을 것

그는 지난해 3월 ‘살해협박’을 받아 비밀경호국(SS)의 경호를 받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협박범이 자신 뿐 아니라 아내, 자녀들의 근무지와 주소지를 알고 있었고 자녀들에게 직접 전화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한번은 사무실에 우편물이 도착해 열었더니 가루가 얼굴과 가슴으로 쏟아졌다고 한다. 다행히 경호를 받고 있어서 즉각 경호원들이 위험물질 전문가들을 호출했다. 성분 결과 검사 해당 물질은 위험 물질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파우치 소장은 “그래도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특히 아내와 자녀들이 나보다 더 불쾌해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루를 보고 “세 종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가짜이거나 탄저균이라 한 달간 치료를 받거나 리신이라면 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아내는 남편에게 그만두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고 한다. 파우치 소장은 아내가 대화를 나눈 뒤 그만두지 않겠다는 자신의 뜻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늘 내가 관두면 소풍지의 스컹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모두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내가 반대할 것이라는 것을 이들이 아는 게 중요했다. 나를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관두는 것보다는 그게 나은 길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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