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저소득층 학생에게 부실한 무료 도시락을…‘뭇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4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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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쇄 기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보내진 부실한 무료 점심 도시락이 뭇매를 맞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정부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점심 메뉴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지면서 “아이들에게 도저히 줄 수 없는 음식”이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에는 열흘치 음식으로 추정되는 콩조림 통, 사과와 당근, 감자, 슬라이스 빵과 스낵 몇 개 등이 놓여져 있다. 또 다른 하루치 소포에는 토마토 1개와 싱싱해보이지 않는 치즈, 멍든 바나나가 들어있었다고 전해졌다.

서섹스 지방 한 중학교 교사인 마이클 티드는 “도착한 음식을 보고 ‘우리가 정말 아이들에게 이 음식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자녀를 키우는 한 여성은 “이 메뉴에 30파운드(약 4만5000원)가 청구되었다고 한다”며 “동네 슈퍼마켓에 있는 품목과 비교하면 이건 5.22파운드(약 7800원)에 살 수 있다”고 부실한 데 비해 가격은 비싸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계약해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는 식품업체 차트웰은 “열흘치가 아니라 닷새간 먹을 양이며, 배포 비용을 포함해 약 10.50파운드(약 1만5000원)가 들었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국 교육부는 현재 저소득층 학생들의 점심 식사를 주당 15파운드(약 2만5000원)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차트웰은 “매주 짧은 시간 안에 수천 개의 식품을 배송하려다보니 수량이 부족한 경우가 생겼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비용을 환불 조치하고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과한다”며 “25일부터 발송되는 도시락에는 무료 아침 식사도 포함하겠다”고 덧붙였다.

영국 교육부는 12일 업체와 긴급 회의를 열어 부실 도시락 배송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데 이어 13일엔 도시락 배송 대신 학부모가 직접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현금이나 바우처 형태의 프로그램도 옵션으로 두겠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약 170만 명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무료 점심 도시락을 받고 있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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