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국회까지 장악하나…야권 보이콧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7일 11시 47분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중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포퓰리즘’ 정치 지도자로 꼽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58·사진)이 이끄는 여권이 야권이 사실상 불참한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6일(현지 시간)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베네수엘라 여권이 승리할 경우 2013년부터 집권해 온 마두로 대통령이 행정부, 사법부, 군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무리한 포퓰리즘 정책과 반대파 탄압으로 경제, 정치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베네수엘라가 더 큰 수렁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총 277명의 국회의원을 선발하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국회를 배제한 채 선거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중에는 미국과 캐나다 같은 서방국가로부터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물도 3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야당 인사들에 대한 탄압은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결국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37)을 중심으로 한 베네수엘라 야권에서는 “이번 선거는 사기다”란 주장을 제기하며 사실상 선거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트위터에 “베네수엘라의 대다수는 마두로와 그의 사기에 등을 돌렸다. 위기는 더 깊어 질 것이며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과이도 국회의장은 2018년 치러진 대선 때 마두로 대통령이 2018년 부정한 방법으로 대통령에 선출됐다고 주장하면서 ‘임시 대통령’을 자임해 왔다.

하지만 과이도 의장을 비롯해 야권의 주요 인사들도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마두로 대통령과 여권의 선거 승리 및 폭주는 필연적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인인 실리아 플로레스 여사(64),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30)도 출마시키는 등 자신의 권력과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데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과이도 국회의장
과이도 국회의장
이번 선거에서 베네수엘라 여권이 승리할 경우 마두로 대통령을 비판하며 경제 제재까지 펼쳐온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목소리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WP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투표 직후 기자들에게 “범죄적인 봉쇄 속에서도 베네수엘라는 우리 자신을 민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서방 국가들을 겨냥해 말했다. 베네수엘라 여권이 공식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그동안 마두로 정권을 지원해 온 중국과 러시아는 마두로 대통령 지지 명분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전망이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집권했던 우고 차베스(2013년 사망)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히는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의 좌파 포률리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란 등과 함께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분류되는 베네수엘라 경제는 사실상 ‘아사 상태’로 평가받는다. A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최근 수년 사이 500만 명의 국민이 해외로 탈출해 10여년째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다음으로 난민이 많은 나라로 전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25% 줄어들고, 심각한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화폐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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