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회사 빨리 그만둬”…美경영진 “이런 위협 너무해”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10일 11시 37분


코멘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중 갈등 국면 속에 중국 기업의 미국인 경영진들에 대한 사퇴 압박을 강화하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SCMP는 “미중 관계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 기업에서 미국 고위층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중국 동영상 공유 앱 틱톡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돌연 사퇴한 케빈 메이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 속에 사표를 던졌다. 취임 3개월 만이었다.

시스코 임원을 지낸 고든 펠러 시타텔 위험관리사 이사는 “만약 케빈이 틱톡에 남아있었다면 그의 커리어에 독이 됐을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미국의 주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성공한 중국 기업에 고용된 많은 미국 임원들에게 큰 차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기업과 싱크탱크, 학계에서 일하는 많은 비중국인 임원들이 ‘양국 관계가 무너져 “적을 위해 일하는 것”(working for the enemy)이 이력서에 어떻게 비춰질지 우려된다’고 토로하고 있다.

중국 고객들과 일하는 리처드 레빅 레빅전략커뮤니케이션 회장도 “9·11 테러 용의자들부터 아프리카 독재자까지 논란이 많은 고객들을 대변해 왔지만 이렇게까지 위협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레빅 회장은 “전화를 끊을 때마다 휴대전화가 도청되는 건 아닌지, 초인종이 울리면 정부가 찾아온 건 아닌지, 컴퓨터가 해킹당했을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면서 “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SCMP는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을 위해 Δ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안보위협으로 간주하는 중국 투자 차단 Δ외국인 에이전트 등록법(FARA)에 따라 중국 기업을 지원하는 업체에 대한 조사 강화 Δ피사(FISA·해외정보감시법) 법원이 조사한 첩보 수사 등을 무기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CFIUS는 화웨이 강제매각에, FARA는 신화통신 규제 당시 법적 근거가 됐던 조항이다.

그는 “미국 정부는 중국과 일하는 미국 변호사, 로비스트들이 불편함을 느껴 그만두게 만드려는 것 같다”면서 “중국과 미국이 신냉전에 접어들었다. 그에 따른 부수적 피해도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중국 기술 회사에 입사한 한 로비스트는 “지난 5월 공화당에선 중국 관련 누구와도 대화하지 말라는 서한까지 나왔다. 내 애국심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신공격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진들만 압박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니다. 학계에선 중국계 미국인이거나 중국 연구자들과 제휴하는 것만으로도 미 연방수사국(FBI)의 정밀 조사를 받거나 인종에 기반한 FBI 표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