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투표 2번 하라”…불법 부추기는 대통령에 ‘골치’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4일 12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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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코로나19 확산 위험하다" 반박
WP "선거 사기 비율 0.0025%" 확인
페이스북·트위터도 대통령 게시물에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투표를 두 번 하라고 촉구하며 미국 정계에 소동이 일었다. 우편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라도 선거 날 다시 지역 투표소에 나가 다시 한 번 투표를 하라는 제안이다.

한 명의 유권자가 투표를 두 번 하는 건 불법인데다, 이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우편 투표의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어 선거관리 전문가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당신의 우편 투표가 집계에 포함되지 않을 사태를 대비해 두 번 투표를 하라. 당신의 표가 집계되지 않았다는 건 우편투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증거다”고 강조했다.

우편 투표가 제대로 됐다면 현장에서는 투표가 불가능하고, 이중으로 투표를 했더라도 선관위의 검표 작업 과정에서 중복 표는 걸러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방문한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유권자들이 우편 투표와 현장 투표에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편 투표만 한다면 유권자의 표가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다.

이에 조시 스타인(민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법무장관은 즉각 “꼭 투표하되 2번 투표는 하지 말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의 대통령이 선거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법을 어기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선관위도 성명을 발표하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두 번 투표하는 행위가 중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편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온다면 대기줄이 길어지고, 코로나19의 확산만 부추길 뿐이다”고 경고했다.

또한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우편 투표가 접수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온라인으로 이를 확인한 유권자라면 투표소에 나올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선거를 치르는 각 주정부에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뉴욕주 선관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의 마음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이미 코로나19로 업무가 과중된 선관위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오하이오주, 미시간주 역시 “두 번의 투표는 선거 관리원들에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며 “투표를 위한 한 가지 방법만을 선택하라”고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춘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두 번 투표하는 게 불법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제나 그리즈월드 콜로라도주 국무장관은 이에 “대통령과 미 연방 법무장관에게 두 번 투표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할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비난했다.

대통령이 불법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계속되자 백악관은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불법적인 행동을 하라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는 매우 분명하게 유권자의 표가 집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렇지 못 한 상황이라면 (현장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고 해명했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일제히 반박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의 우편 투표 사례를 분석한 결과 2016년과 2018년 선거 당시 약 1460만표가 우편으로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이중 투표를 했거나 사망자를 대신해 투표한 사례는 372건으로 0.0025%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유편 투표 과정에서 선거 사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주장이 담긴 동영상의 유포를 막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에 ‘우편 투표는 오랜 역사를 지닌 신뢰할 수 있는 투표 방법이다. 이는 올해에도 마찬가지다’고 안내문을 붙였다.

트위터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경고문을 달고 ‘선거 등에 관련한 트위터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불법화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이것을 극복하는 길은 투표하는 것이다. 우편투표가 사기라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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