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도쿄대 아닌 게이오대병원 간 까닭은…

  • 동아일보

대장염 전담 의료진과 40년 인연
도쿄대 최근 의료사고도 고려한듯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지난달 17일과 24일 지병인 궤양성대장염 치료를 위해 방문한 곳은 게이오(慶應)대병원이었다. 현직 총리가 일본에서 최고의 병원으로 평가받는 도쿄(東京)대병원 대신 게이오대병원을 택한 이유는 뭘까.

먼저 아베 총리와 게이오대 의료진 간의 40년 가까운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1일 한일 소식통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고베제강에 다니던 20대 중반 오랫동안 복통이 가라앉지 않아 회사 병원을 찾았다가 대장염 치료에 권위가 있는 게이오대병원을 소개받았다. 아베 총리는 이때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히비 도시후미(日比紀文) 전 교수를 만났다. 히비 전 교수는 2013년 3월 말 게이오대를 정년퇴임하기 전까지 ‘정치인 아베’의 궤양성대장염 치료를 도맡았다.

아베 총리가 1차 집권 당시인 2007년 1월 유럽 순방길에 나섰을 때도 돌발 사태에 대비해 히비 전 교수도 동행했다. 아베 총리의 공관과 사저 등을 방문해 진찰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히비 전 교수의 제자 3명이 아베 총리의 치료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대 출신의 한 의사는 31일 동아일보에 “히비 전 교수는 소화기내과 의료진 중 일본 내 최고 수준”이라며 “도쿄대도 이 분야의 치료를 따라갈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 도쿄대병원에서 최근까지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등 명성에 금이 간 점도 아베 총리의 선택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도쿄대병원에서는 2015년에 미취학 어린이에게 약을 잘못 투여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2년 뒤에야 공식 인정했다. 최근 중증 심부전 치료를 받던 환자가 16일 만에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사망진단서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탓에 외래·입원환자 모두 크게 줄고 있는 추세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아베 신조#게이오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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