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상설은 아베의 꼼수?’ 술렁이는 日정치권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18일 11시 23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7일 갑작스레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에선 ‘아베 총리가 피를 토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던 터여서 그의 ‘건강이상설’이 재차 증폭되는 모양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차량으로 도쿄도 신주쿠(新宿)구 시나노(信濃)정 소재 게이오(慶應)대 병원을 방문했다가 약 7시간30분 뒤인 오후 6시쯤 귀가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건강상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수고하셨습니다”고만 말했다.

게이오대 병원은 아베 총리의 ‘단골’ 병원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곳이다. 아베 총리는 첫 집권기였던 지난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를 이유로 취임 1년여 만에 사의를 표명한 뒤 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고, 2012년 말 재집권 뒤에도 매년 이곳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17세 때부터 대장염을 달고 살았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아베 총리가 이미 6월13일에 이 병원으로부터 정기 검진을 받았다는 점에서 현지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턴 “불과 2개월 만에 ‘추가 검진’을 받은 것 자체가 그의 건강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음을 뜻할 수 있다”는 등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달 4일 발매된 주간지 ‘플래시’엔 “‘아베 총리가 7월6일 집무실에서 피를 토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던 상황. 실제 일본 총리 관저가 공개한 아베 총리의 7월6일 당일 공식 일정을 보면 오전 10시59분~11시14분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면담 뒤 오후 4시34분부터 스기타 가즈히로(杉田和博) 관방 부(副)장관 등 참모들로부터 차례로 보고를 받기 전까지 5시간 정도가 비어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 같은 보도내용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으나, 즉 호사가들로부턴 ‘비어 있는 5시간’ 동안 아베 총리가 피를 토하는 등 이상 증상을 보여 응급조치를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플래시 이후 다른 현지 언론들도 “최근 아베 총리의 안색이 좋지 않다”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인다”는 등 그의 건강이상에 무게를 싣는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다”며 “(17일 검진은) 여름휴가를 이용해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예년 같으면 아베 총리가 오봉(お盆·한국의 추석과 유사한 일본 명절로서 양력 8월15일) 연휴에 맞춰 여름휴가를 내 고향인 야마구치(山口)현을 다녀온 뒤 야마나시(山梨)현의 별장을 찾았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지방 이동을 자제한 채 계속 관저와 사저만을 오가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베 총리 주변에선 그의 건강 이상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검진을 받도록 했으나, 아베 총리는 본인은 “괜한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당초 1박2일로 예정돼 있던 검진 일정을 당일치기로 줄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아베 총리와 만났다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아베 총리가 147일 연속으로 쉬지 않고 일했다”며 “건강에 이상이 올 수 있는 만큼 쉴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최근 아베 총리의 건강 관련 보도가 계속되고 있는 배경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오는 24일이면 통산 재임일수 2799일을 기록하며 외삼촌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를 제치고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다. 동시에 그의 총리직 수행 기간도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 1년여만 남게 된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아직 정치적 숙원인 자위대 합헌화 등을 위한 헌법 개정을 마무리하지 못했을 뿐더러, 최근엔 코로나19 대응 미숙으로 국정 지지율마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아베 총리의 후임으론 그의 ‘정적’으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일본 정치권에선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경선을 치르지 않은 채 후임자에게 정권을 물려주고자 건강이상설을 흘리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지난 2000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총리가 뇌경색으로 숨을 거뒀을 때 “긴급사태”라며 경선을 치르지 않은 채 주요 당직자 5인의 ‘밀실 담합’을 통해 모리 요시로(森喜朗) 정권을 출범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측근 인사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아베 총리의 지병(궤양성 대장염)은 생명에 큰 위협이 되는 게 아니다”며 오부치 전 총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으나, 아베 총리의 건강이상설 보도 이후 일본 정치권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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