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강세 지역이 ‘코로나 온상’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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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뉴욕 등 민주당 텃밭 피해… 현재는 플로리다-텍사스 등 기승
민주 주지사, 엄격한 거리두기 시행… 공화는 느슨, 트럼프 재선 악재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집중됐던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불길이 최근 공화당 텃밭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양당 출신 주지사들의 코로나 대응 방식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1일 지난달 말까지 미국의 지역별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4월 초 기준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카운티의 인구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던 카운티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기준 양측의 신규 확진자 수는 800명대로 비슷했다. 두 달여 만에 격차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미국 내 전체 신규 확진자 중 지역 확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지역에서 최근 크게 늘었다. 5월 말에는 이 비율이 민주당 지역 60%, 공화당 지역 30%대였지만 6월 말에는 민주당 지역 37.1%, 공화당 지역 62.9%로 한 달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주별 사망자 수도 양측이 비슷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등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동부 연안 주들의 상황은 다소 안정된 반면 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강한 곳은 연일 신규 환자가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런 역전 현상은 각 주의 코로나 대응 방식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주 등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곳은 초기부터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반면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는 초기 확산세가 비교적 완만하게 나타나자 코로나의 심각성을 축소하면서 경제 재개에 초점을 맞췄다.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말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남부나 농촌 지역의 노인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실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두 자릿수 차이로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도 종종 나오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민주당)는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지역의 공화당 정치인들을 향해 “바이러스로 정치 놀음을 했으니 패배한 것”이라며 “이 상황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코로나19#미국 공화당 지역#확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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