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대만은 어떻게 해결했나…모범 사례로 떠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8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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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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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마스크는 타이베이(臺北)의 회사 근처 약국에서 4일 오후에 샀습니다. 약국에 도착해 마스크를 들고 나올 때까지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줄을 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대만의 30대 직장인 먀오(繆)모 씨는 8일 통화에서 “퇴근 시간이나 휴일에는 줄을 거의 서지 않고 마스크를 쉽게 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거지 근처 약국에선 20~30분 줄을 서야 하지만 1시간을 기다리고도 마스크를 살 수 없던 1월 말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대다수 사람들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이 마스크 대란을 겪는 가운데 대만의 정책이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신속하게 마스크 배급제를 실시하고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는 ‘투 트랙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요 줄이고 공급 늘려 마스크 부족 해결

대만은 1주일에 한 번씩 약국에서 건강보험카드가 있어야 제한된 수량의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실명제 구매 정책을 지난달 6일부터 일찌감치 시작했다. 1월 말~지난달 초 마스크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여 사실상 마스크 배급제를 실시한 것이다. 정부는 약국마다 마스크가 얼마나 남았는지 한 눈에 보여주는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대만 정부는 5일부터 구매 수량 제한을 성인은 2장에서 3장, 어린이는 4장에서 5장으로 늘렸다. 마스크 생산량을 늘려 대만 전역에 공급되는 마스크 양을 지난달 390만 장에서 820만 장으로 늘렸기 때문. 하루 520만 장은 일반 국민에게, 300만 장은 의료·방역 종사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대만은 1월 21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사흘 뒤인 24일 마스크 수출을 금지했다. 이어 생산업체들에게 24시간 공장 풀가동을 요구하고 생산라인 증대를 위한 자금을 지원했고, 9000만 대만달러(약 36억 원)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또 외과수술용 마스크를 전쟁비축물자로 지정해 생산 과정에서 마스크가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해 공무원, 지역경찰, 군인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 덕분에 마스크 생산량이 크게 높아지면서 의료진용 외과수술용 마스크는 최소 30일치, 의료진용 N95 마스크와 방호복은 25일치의 재고량을 확보했다고 중앙통신사가 전했다. 대만 정부는 다음달 초면 매일 1300만 장 마스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대만 인구가 2381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55%에 해당한다.

마스크 수출 제한에 갈등 빚는 EU

EU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정신이 무색하게 마스크 앞에서 사분오열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자 다른 국가들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EU 27개국의 보건부 장관들은 코로나19 관련 공동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회의는 일부 회원국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자국 내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 마스크 등 코로나19 위생용품 수출 제한령을 발표한 독일 프랑스 체코를 다른 회원국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벨기에 보건부 장관인 매기 드 블록은 트위터에 “회원국 간 수출을 차단하는 것은 유럽연합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EU 양대 경제 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결정을 굽히지 않고 있어 EU 결속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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