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존슨, 생활임금 6.2% 인상…“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풀기”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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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노동자들, 오랜 기간 봉급 인상 없었다"
노동계 "생활임금으로 빈곤 못벗어나"
재계 "막대한 비용 상승…모라토리엄 해야"

지난 12일 총선 압승으로 총리 자리를 지키게 된 보리스 존슨의 ‘돈 풀기’ 정책이 시작됐다.

31일(현지시간) 가디언은 내년 4월부터 영국의 생활임금(National living wage)이 시간당 8.21파운드(약 1만2400원)에서 8.72파운드(약 1만3200원)로 인상된다고 보도했다. 매해 생활임금을 6.2%씩 높이겠다는 보수당의 총선 공약에 따라서다.

영국은 지난 2016년 25세 이상 근로자의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대체할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했다. 물가를 반영해 근로자와 그 가족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가디언은 생활임금의 6.2% 상승은 소비자물가상승률(1.5%)의 4배 이상에 달한다며 획기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생활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근로자는 300만명에 달한다.

존슨 총리는 법정 임금제도를 도입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 풀기”라며 “노동력에는 늘 대가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너무 오랜 기간 노동자는 마땅히 받아야 할 봉급 인상분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 재무부는 이번 인상으로 생활임금 노동자의 연봉이 약 930파운드(약 141만원)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21-24세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7.7파운드에서 8.2파운드로, 18-20세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6.15파운드에서 6.45파운드로 상승한다. 18세 미만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4.35파운드에서 4.55파운드로 오른다.

영국 현지 매체들은 존슨 행정부가 이번 공약을 얼마나 지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의사당에서 열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여왕 연설(Queen’s Speech)‘에는 2024년까지 생활임금을 10.5파운드로 인상한다는 내용에 “만약 경제적 상황이 허락한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여왕의 국회 연설은 여왕의 입을 통해서만 발표될 뿐 영국 정부에 의해 작성된다.

사실상 보수당의 생활임금 인상 약속은 ’조건부‘로 수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영국의 실업률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 동안 안정세를 유지하며 유럽연합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며 임금 증가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더이상 영국에서 노동자의 임금은 개인의 가난을 벗어나는 수단이 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한다.

생활임금재단은 “적정 실질 생활임금은 시간당 9.3파운드, 런던의 경우 10.75파운드다”며 “보험금융사 협회, 전국 건축 협회 등은 21만명 이상의 근로자들에게 실질 생활임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계의 반발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에게 피해를 줄 위험을 무릅썼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영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임금을 인상한다면 “전국 기업에게 현금 흐름에 대한 추가 압력을 가하게 된다”며 비용 상승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이런 정책을 지속하기 위해 정부는 다른 비용을 줄임으로써 비용을 상쇄해야 한다”며 향후 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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