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시위에서 16세 소년 시신 거리에 걸려 논란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7일 0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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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위대 "우리 소행 아니다"
보안군도 사망원인 의견 엇갈려

이라크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게 진행된 지난 주 12일 바그다드 시내의 한 교통표지판 기둥에 매달려 있던 16세 소년의 시신을 두고 그의 사인에 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이라크 보안군 일부는 이 소년이 마약관련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용의자로 보안군을 피해 달아나다가 죽었다고 말했다. 또 어떤 군인들은 이 소년이 자기 집 주변에 몰려든 시위대에 짜증을 내면서 이들을 쫒기 위해 공중에 권총을 발사했다고 사살당한 것으로 말했다.

앞서 AP통신은 이들 보안군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흔히 규칙상 이름을 밝히지 못한다며 익명을 요구하는 이라크 관리들은 이 소년이 반정부 시위대의 6명을 총으로 사살한 뒤에 살해되었다고 AP통신에게 말했었다. 하지만 AP기자들의 조사 결과 이러한 주장들에 대한 증거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소셜 미디어에 나도는 일부 동영상에는 이 소년이 구타당하며 거리로 끌려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또 다른 동영상들은 보안군이 이 소년이 숨어있는 한 주택을 포위하고 총을 겨누고 있는 광경이 들어있었다.

어쨌든 도로표지판 기둥위에 매달린 소년의 시신은 수 십명의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해서 소셜미디어에 올려놓았다.

소년의 이런 죽음으로 지난 10월1일부터 8주째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참가자들 사이에는 공포와 의심이 가득차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부패와 실업률, 공공 서비스 부재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해 그 동안 총격과 흉기 공격 등 정체를 알수 없는 공격대의 범행이 자주 일어났다.

최근 며칠 동안에는 유명한 시민운동가들과 시위 조직자들에 대한 납치와 암살이 이어지면서 시위대의 공포는 크게 늘어났다. 시위대는 이란이 후원하는 무장 단체들을 공격의 배후로 여기고 있으며 이들이 평화로운 반정부 시위를 와해시키고 공포를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이런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시아파의 막강한 종교지도자 무스타파 알사드르는 소년을 죽인 자들은 “테러범들”이라고 비난하면서 용의자들을 48시간 내에 색출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민병대에게 광장을 떠나도록 명령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알사드르의 이른바 평화군단 ‘ 사라야 살람’은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광장에 배치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이들을 “푸른 모자”부대로 불렀다.

이 번 10대 소년의 죽음에 대해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에서는 더 큰 반발이 일어났으며, 이들은 성명을 통해서 이 소년의 살해범은 평화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는 우리의 순수한 혁명의 목적을 왜곡하는 이런 이미지를 허용할 수 없다. 따라서 오늘 와트바 광장에서 일어난 이 살인에 대해 평화시위대의 모든 사람들은 관련이 없음을 선언한다”고 성명은 밝혔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바그다드 북부 사마라 시내에서는 시위대를 보호하는 사라야 살람 부대 안에서 자살폭탄 사건이 발생, 이 무장단체 소속 전투원 7명이 죽고 6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라크 시위는 시위대에 대한 공격과 살인혐의 부과 등 복잡한 양상의 방해공작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바그다드=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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