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서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코알라 ‘루이스’ 결국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6일 22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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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 산불 때 구사일생으로 구조돼 화제가 됐던 코알라가 결국 치료 중 심한 화상을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고 BBC 등 외신이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코알라는 지난주 한 여성이 불타는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가 구조한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었다. 구조자 토니 도허티 씨가 나무에 올라가던 코알라를 자신이 입고 있던 셔츠로 코알라를 안아 내린 뒤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인터넷에서 퍼져 전 세계 네티즌의 응원을 받았다.

도허티 씨는 지역 언론 나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숲 옆을 지나가다가 울부짖는 코알라의 소리를 듣고 구조에 나섰다고 밝히며 “코알라가 울 줄 안다는 것조차 몰랐었다. 너무 가슴이 미어지는 소리가 나 빨리 (코알라를) 빼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코알라는 도허티 씨의 손자 이름을 따 엘렌보로 루이스라는 이름도 갖게 됐다.

하지만 루이스가 치료를 받던 코알라 전문 병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루이스를 안락사 시키기로 했다. 루이스의 경우 화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고 밝혔다. 루이스는 손, 발은 물론 가슴, 어깨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앞서 이 병원은 코알라에게 너무 고통과 불편이 클 경우 안락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병원에는 뉴 사우스 웨일즈 지역에서만 산불 탓에 부상 입은 코알라 수십 마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코알라는 대개 움직임이 굼뜰뿐더러 위험 시 나무 위를 올라가는 습성이 있어 심한 불이 났을 때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시드니 대 생태학 전문가 크리스 디크먼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알라는 수컷들이 짝짓기 기간 소리를 내는 것 제외하고는 웬만해서는 소리를 잘 내지 않는 조용한 동물이다. 코알라가 소리를 지르는 걸 듣는다면 거의 재앙이 났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호주에서는 지난 9월부터 대형 산불로 6명이 사망하고 500가구가 불타는 등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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