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산하 국립기상청(NWS)의 모든 직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짓 주장에 반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허리케인 ‘도리안’ 경로를 두고 “앨라배마주(州)가 예상보다 더 크게 타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앨라배마주 버밍햄 NWS사무소는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앨라배마주 전역은 도리안으로부터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버밍햄 NWS사무소는 트럼프 대통령 트윗 직후 지역 주민들의 문의 전화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시간 뒤 NOAA는 직원들에게 “국가 차원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의문이 제기된 경우 국립허리케인센터(NHC) 공식 전망만 고수할 것”이라며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말 것”이라고 지시하는 메모를 하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NOAA 기상학자는 이 지시가 “내부에서는 이 지시가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우기며 지난 4일 트위터에 도리안 경로를 보여주는 지도를 올리기도 했다. 이 지도는 NOAA 국장 대행이 지난달 29일 백악관에 보고할 때 썼던 사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앨라배마주 근처에 검은색 사인펜으로 경로를 ‘덧칠’한 흔적이 남아있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NOAA는 이 때도 내부 과학자들과 기상학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 기상학자는 “기상예측 결과가 보여주는 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아본 건 처음이었다”며 “우리의 임무 중 하나는 기상에 관한 부정확한 루머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그런 루머가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NWS 대변인은 이 지시 메모의 존재를 확인하고 “NWS 간부들은 도리안에 집중하자는 의도로 지시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NOAA는 지난 6일 오후 공개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편을 들고 버밍햄사무소 기상학자들이 “(절대 도리안에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성을 갖고 말했다”며 비난해 더 큰 파문을 일으켰다.
대내외 기상학자들은 이 성명에 대해 “NOAA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의지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마이클 할펀 비영리단체 참여과학자연합 부국장은 “NOAA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과 자존심을 정확한 날씨 정보보다 우선시하다니 말문이 막힌다”며 “우리가 날씨를 정치화한다면 정치화할 것이 또 남아 있을까”라며 한탄했다. 할펀 부국장은 “정부 전역의 과학자들이 이런 식으로 단속되고 있으며 이것이 가속화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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