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정치인’ 밥 호크 전 총리 별세…향년 90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7일 0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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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밥 호크 전 총리가 16일 세상을 떠났다고 AP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의 가족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호크 전 총리가 “집에서 평안히 떠났다”고 전했다. 향년 90세.

그는 노동당 최장수 총리(1983년 3월~1991년 12월·8년)이자 호크 전 총리는 역대 호주 총리 중 국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보다 총리직을 오래 맡은 사람은 2명뿐인데 모두 보수당인 자유당 출신이었다.

BBC는 “강한 개성으로 유명했던 호크 전 총리는 호주인들에게 ‘불량끼 넘치는(larrikin)’ 총리로 기억된다”며 “음주와 농담을 좋아했고 정치라는 심각한 일은 재미있어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 한 야드(1.4L)의 에일 맥주를 11초 만에 해치워 세계 기록을 세운 독특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대중 앞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보인 총리이기도 하다. 그는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의회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흘린 눈물로 유명하다.

노동운동에 평생을 몸담은 그는 1958년 호주 노동조합 운동에 투신해 1969년까지 11년간 호주 노동조합 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의회에는 1980년 처음 진출한 뒤 1983년 노동당 총리가 돼 당의 압도적 승리를 이끌고 총리가 됐다. 그는 ‘2등 국민이 없는 호주’를 만들고 싶다고 선언하며 호주의 보편적 의료보험 시스템을 만들었고 급진적 시장 개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족들은 성명을 통해 “고인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에는 고등 교육을 마치는 어린이 비율을 크게 높인 것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를 끝낸 것, 남극 보호를 위한 국제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 등이 있다”고 꼽았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났지만 유년시절 호주로 이주해 유명 배우로 활동한 러셀 크로우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호크 전 총리의 죽음에 대해 ‘이 나라를 자랑스럽게 만든, 절대 유머를 잃지 않은, 1954년 11초에 2.5파인트 맥주를 다 마시고 기네스 북 기록을 남긴, 로즈장학생, 노동조합 위원장, 총리, 정치가인 위대한 인간,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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