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등 돌리는 美농민들 “무역전쟁 좀 그만해!”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14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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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옥수수농가 “관세가 아니라 확실성이 필요”
보조금만으로 손해 충당 무리…재고량 늘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표밭이었던 미국 농업계가 최근 또다시 불거진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내심의 한계’를 토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으로 손해를 본 미국 내 콩·옥수수·밀 농업계는 중국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일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중국도 600억달러 미국산 물품에 맞불 관세를 놓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관세 부과 품목에 농산물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수출 감소에 따르는 공급 과잉을 우려해) 농산물 가격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버지니아 주 배스커빌에서 대두농장을 운영하는 브리애나 케일라는 CNN 인터뷰에서 “농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으로서 그의 당선에 힘을 보탰지만, 우리가 가장 그를 필요로 할 때 그는 등을 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 콩·옥수수·밀을 키우는 미국 농민들은 지난해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부과한 25%의 관세로 지난 1년간 고초를 겪어왔다. 중국 수입업자들은 미국산 농산물을 더 비싸게 사야 했고 가격이 오르자 민간 구매자들은 미국산 콩이나 밀을 거의 구매하지 않게 됐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120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농가에 나눠주면서 타격을 어느 정도 완화하려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뒤 양국이 서로 관세를 철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자 농민들은 기대감을 표해 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힘을 실으려고 고려해왔다는 게 CNN의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궁여지책으로 농가에 대한 지원금을 늘린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미국 농민들과 맺은 최대 구매 규모 계약 금액인 150억달러를 호혜적으로 지원해 우리 농민들이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농업계가 계속해서 판매수익이 아닌 보조금으로 손해를 메우며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늘어만 가는 재고도 문제다. 미 농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콩 재고량이 지난해보다 29% 늘었다고 밝혔다.

아이오와주의 농민 그랜트 킴벌리는 CNN 인터뷰에서 “보통은 5월10일까지 콩을 심는데 올해는 그러지도 못했다”면서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안 된다. 농부들에겐 무역협정 체결이 필요하고, 그 이전까지는 계속 보조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농업에 대한 투자도 저해한다. 퍼듀대학과 CME그룹이 지난달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금이 대규모 농장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22%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지난 10일 미국 내 주요 밀·콩·옥수수 재배업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인상 조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린 크리스프 전미옥수수재배자협회(NCGA)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농민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협상을 지켜보려 했지만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고 있다”면서 “농업에는 더 많은 관세가 아니라 확실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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