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51명 태운 스쿨버스 납치…“反난민정책에 불만”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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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20일(현지시간) 어린이 50여명이 탑승한 스쿨버스를 30여분간 납치해 불을 지르는 범행이 벌어졌다. 어린이의 빠른 구조 요청과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전원이 상해 없이 구출됐다.

범인은 세네갈 출신의 47세 스쿨버스 운전사로 정부의 난민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범인을 납치 혐의로 검거하고 수사에 돌입했다.

21일 AFP 통신에 따르면 20일 오전 밀라노 외곽의 한 도로에서 중학교 2학년(만 11~12세) 학생들과 성인 보호자 51명을 태운 스쿨버스가 전소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12명의 어린이와 2명의 성인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외부 활동을 마친 학생들을 학교로 데려다주던 범인은 갑자기 차량을 밀라노 방향으로 틀며 인질극을 벌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범인은 휘발유를 가득 실은 플라스틱 통 두 개와 라이터로 학생들을 위협하고 그들의 전화기를 압수했다.

또 서로의 손을 묶게하고 “아무도 살아서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당시 버스에 탑승해 있던 학생에 따르면 범인은 “바다에서 세 아이를 잃었다”며 “아프리카에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루이지) 디 마이오와 (마테오) 살비니 때문이다”고 정권을 비난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를 이끄는 두 부총리는 지난 6월 아프리카 난민들이 탄 선박의 이탈리아 정박을 금지하는 등 강경 난민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이탈리아 남부의 아프리카 난민 판자촌을 철거하며 이주민 1000여명을 쫓아내기도 했다.

구조된 학생은 “범인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을 때 경찰이 도착해 우리를 구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자신의 휴대폰을 몰래 바닥에 떨어뜨린 한 학생이 결박을 풀고 부모에게 전화를 해 구조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의 부모는 즉각 경찰에 상황을 알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버스와의 추격전 끝에 버스를 막아섰다. 경찰이 설치한 차단막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자 범인은 차에서 내려 휘발유를 뿌려놓은 버스에 불을 붙였다.

경찰은 버스 뒤쪽의 유리창을 깨고 탑승자 전원을 구출했다.

밀라노 검찰청의 프란체스코 그레코 검사는 “기적이다.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며 “뛰어난 경찰이 버스를 막고 아이들을 구했다”고 말했다.

그레코 검사는 테러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한편 세네갈 출신의 범인은 2002년부터 스쿨버스를 운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4년에 이탈리아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탈리아 국적의 여성과 결혼했으나 이혼한 상태이며, 전 부인과의 사이에 두 명의 10대 자녀가 있다.

내무부는 범인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적이 있으며, 미성년자 성범죄 전과도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범죄가 일어난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내무부는 현재 작년말 국회를 통과한 반(反)이민법 제정에 의거해 범인의 이탈리아 시민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범인은 스쿨버스를 몰고 밀라노 리나테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으며 그곳에서 학생들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ANSA 통신은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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