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메건 “당신 머릿속에 우리 아버지가 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세상을 뜬 고(故)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을 ‘반 꼴찌’이며 가짜 문서를 언론에 유출한 사람이라며 17일(현지시간) 트위터로 비난했다. 매케인 의원의 딸인 메건 매케인은 “우리 가족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당신 머릿 속에 우리 아버지가 산다”며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인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폐지 계획을 매케인 의원이 망쳐버린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생전에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매케인 의원을 향해 공개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번에 약 7개월 전 세상을 뜬 매케인 의원이 다시 소환된 것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서다. 최근 폭스뉴스에 출연한 켄 스타 전 특별검사가 매케인을 비판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그램에서 매케인 측이 ‘스틸 문건’ 일부를 언론과 공유했다고 비난했다. 스틸 문건이란 전직 영국 정보요원이었던 크리스토퍼 스틸이 작성한 첩보 문건으로,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특검의 조사까지 초래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밤 2017년 오바마케어 철폐에 반대표를 던진 것을 또다시 끄집어내서 매케인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메건 매케인은 이에 대해 트위터로 “아버지를 사랑한 것처럼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와 함께 보낼 더 많은 토요일이 주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내 가족한테 집착하는 대신 당신 가족과 함께 토요일을 보내면 어떨까?”하고 응수했다.
다음 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애나폴리스(해군사관학교를 의미)에서 반 꼴찌를 한 존 매케인이 선거 전에 책을 출간하기를 희망하면서 가짜 서류를 연방수사국(FBI)과 언론에 보냈다. 그와 민주당 의원들은 (언제나처럼) 실패했다. 가짜뉴스(언론사)조차 이 쓰레기를 거절했다!”고 썼다.
이에 대해 메건은 “우리 아버지가 당신 머리 속에 무료로 임대해 살고 있구나”하는 트윗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는 세 가지 오류가 있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매케인이 학급에서 꼴찌가 아닌 끝에서 다섯 번째로 졸업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케인 의원은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된 후에야 스틸 문건의 존재를 알게 됐다.
매케인이 언론에 그 문서를 주었다는 증거도 없다. 매케인 의원 전 보좌관이자 러시아 전문가인 데이비드 크래머는 이 문서를 2016년 12월 언론사인 버즈피드에 줬다고 증언했지만 매케인의 경우는 FBI에 문서를 주었어도 언론에 주었다는 증거는 없다는 게 WP의 설명이다.
스틸 문건을 보도한 버즈피드는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에 걸려있었는데 최근 법원은 버즈피드가 기사화할 권리가 있다며 손을 들어주어 이 문건이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공격에 매케인의 전 상원동료들도 분개했다.
에이미 글로버샤 민주당 상원의원(미네소타)은 트럼프의 공격을 “대통령의 또 다른 황당한 행동일뿐”이라면서 “매케인은 전쟁 영웅이며 서류를 FBI에 넘기는 일은 올바른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셸던 화이트하우스 민주당 상원의원(로드아일랜드)도 매케인을 헐뜯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