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조끼, 유명브랜드 상점 습격… 다시 불길 휩싸인 샹젤리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8일 03시 00분


국민토론회 끝나자 과격시위 재개… 유럽 전역서 전문시위꾼들 가세
마크롱, 주말휴가서 급히 복귀… “공화국 부수려는 자들… 강력 조치”

불타는 파리 16일 검은 복면을 쓴 노란조끼 시위대 남성이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앞에 서 있다. 그 뒤로 수백 명의 
시위대와 자욱한 검은 연기가 보인다(왼쪽 사진). 같은 날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고급 식당 ‘르 푸케’ 입구가 노란조끼의 습격과 
방화로 불타고 있다. 1898년 문을 연 이 식당은 오랜 전통으로 상류층이 즐겨 찾는다. 파리=AP 뉴시스
불타는 파리 16일 검은 복면을 쓴 노란조끼 시위대 남성이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앞에 서 있다. 그 뒤로 수백 명의 시위대와 자욱한 검은 연기가 보인다(왼쪽 사진). 같은 날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고급 식당 ‘르 푸케’ 입구가 노란조끼의 습격과 방화로 불타고 있다. 1898년 문을 연 이 식당은 오랜 전통으로 상류층이 즐겨 찾는다. 파리=AP 뉴시스
프랑스 파리의 최대 번화가 샹젤리제 거리가 다시 노란조끼 시위대의 약탈과 방화로 불타올랐다.

16일 제18차 노란조끼 집회에서 복면을 쓴 폭력 시위대들은 샹젤리제 거리의 유명 레스토랑과 패션 브랜드 매장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내부에 불을 질렀다. 부자들과 명사들이 자주 오가는 유명 고급 식당 ‘르 푸케’는 두 차례 습격에 거의 전소됐다. 르 푸케 매니저가 페이스북으로 손해 상황을 알리는 사이 노란조끼 시위대는 자랑스럽게 불탄 식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롱샴, 휴고 보스, 자라, 라코스테, 스와로브스키 등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유명 브랜드 상점들이 시위대들의 습격으로 파손됐고 가판대와 자동차, 오토바이 등이 불탔다. 시위대들은 개선문 앞과 샹젤리제 거리 곳곳에서 바리케이드를 쌓고 경찰에게 돌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 섬광탄, 물대포를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60여 명이 다쳤다.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했던 노란조끼 시위가 다시 격렬해지자 프랑스 정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과잉 폭력을 유도하는 유럽 전역의 전문 시위꾼 1500여 명이 숨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 중 일부는 독일어를 썼고, 체포된 이 중 극좌 벨기에인도 포함돼 있었다.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마치고 부인과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남서부 피레네 지방에서 스키를 타면서 주말 휴가를 즐기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대 소식을 듣고 파리로 급히 돌아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후 10시 30분 내무부 위기대응룸에서 주재한 범부처 회의에서 “그들은 시위대가 아니라 공화국을 부수려는 이들”이라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야당들은 “대통령이 시위날 한가하게 스키를 탔다”고 비판했고 정부 대변인은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고 반박했다.

이날 내무부는 시위대 규모가 3만2000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시위대 측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23만1000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노란조끼 시위대는 이번 주를 시위의 분수령으로 삼고 총력 준비를 해왔다. 두 달 동안 마크롱 대통령이 진행한 대국민 토론회가 15일에 끝나면서 그들이 퇴진을 요구하는 대통령 지지율이 시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시위의 불씨가 사그라드는 분위기에 정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국민 토론회는 두 달 동안 전국에서 1만 개의 타운홀 미팅, 온라인에서 150만 개의 의견 접수 등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15일 보도한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토론회 이슈 중 물가상승률에 따른 연금 재조정(35%), 더 낮은 부가가치세(32%), 최저임금 인상(30%) 등 먹고사는 문제가 큰 호응을 받았다. 노란조끼 시위대가 주장하는 시민 주도형 국민투표(RIC) 도입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13%로 하위권에 그쳤다. 오히려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의원 수 축소가 26%로 정치 분야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노란조끼의 세력 확장에 걸림돌이 생긴 셈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국민토론회#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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