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서 신생아 11명 집단 사망…종이박스에 담아 부모에 전달 ‘공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7일 2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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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의 대형 병원에서 신생아 11명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복지부 장관이 사임하고 의사들이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나서며 여론이 불타오르고 있다.

16일 뉴욕타임스(NYT)등 외신에 따르면 7일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랍타 병원에서 미숙아 11명이 24시간에 걸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사흘만인 10일 복지부 장관이 사임했고, 관련 고위 공직자들이 파면됐다. 소냐 벤 체이크 복지부 장관 대행은 “국가적인 재난”이라고 말하며 강력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튀니지판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이라고 할 만큼 유사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7년 12월 이대 목동병원에서는 신생아 4명이 약 80분 만에 차례로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 당시 검경은 지질 영양제 1병을 여러 주사기로 나눠 투약하는 과정에서 영양제가 오염된 것으로 판단했다. 1심 법원은 영양제 준비 과정에서 병원의 과실은 있으나 이것이 신생아 사망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기소된 의료진 7명 전원에게 지난달 무죄를 선고했다.

튀니지 신생아 사망사건도 지질 영양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당국이 파악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미숙아 11명은 24시간 동안 차례로 사망했다.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패혈성 쇼크. 조사 단장이자 의사인 모하메드 도우아기는 15일 기자회견에서 “한 아기가 사망한 이후 3명이 동시에 인공호흡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말했다. 체이크 복지부 장관 대행은 “미숙아에게 투입할 정맥 주사를 준비하는 무균실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무균실과 내부의 도구를 감염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튀니지는 발칵 뒤집혔다. 특히 병원이 사망한 아기의 시신을 종이박스에 담아서 부모에게 전달한 사진이 보도되면서 공분을 샀다. 의사들까지 나서서 정부에 의료 시스템 개선을 요구 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튀니지 의사협회는 ‘당신의 병원을 고발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각 병원의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튀니지는 한때 아프리카 북부에서 최고 의료 시스템을 갖춰 의료 관광객이 몰리던 곳이다. 그러나 2011년 민주화 운동 이후 병원 경영과 의약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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