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보모서 스타 정치인된 美민주당 베토 오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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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7일 0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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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꿈꾼 청년서 대선 유력 ‘잠룡’ 부상

가레스 포터 트위터 캡처 © 가레스 포터
가레스 포터 트위터 캡처 © 가레스 포터
뮤지션을 꿈꾸고 생계를 위해 입주 보모를 했던 한 미국 청년이 20년 후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 정치 지형을 흔들고 급기야 민주당 대선후보로까지 부상했다. 정치자금 모금의 귀재에다 젊은 패기와 호소력있는 대중 연설로 버락 오바마에 비교되는 베토 오루크(46)가 바로 그다.

오루크는 텍사스주 앨패소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지역 정치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이름을 딴 그의 이름이 헷갈리지 않도록 가족들이 지어준 히스패닉 식 ‘베토’라는 닉네임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1991년 뉴욕 컬럼비아 대학 영문과에 들어가 1995년 졸업한 그가 뉴욕에서 공부하게 된 이유는 10대 때부터 펑크음악에 심취했기 때문이다. 장학금을 주기도 했지만 뉴욕 음악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의 삼촌을 존경했기에 그는 컬럼비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능이 부족함을 깨달은 그는 음악을 버렸고 아이비리그 졸업장도 그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았다. 맨해튼에서 취학전 아이 둘을 돌보는 입주 보모로 일하면서 그는 삼촌이 운영하는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에서 ‘투잡’을 뛰어야 했다. 대학 4년, 방황 3년의 뉴욕 생활 후 그는 기회를 주지 않는 야속한 뉴욕을 떠나 1998년 엘패소로 돌아온다.

그리고 인터넷서비스회사인 스탠튼스트릿테크놀로지를 세운다. 그의 젊은 시절 친구들은 그의 성향을 ‘온화한 펑크 로커’ ‘차분한 반항’같은 ‘형용모순’으로 표현한다. 얌전한 외모와 성격 속에 뜨거운 열정이 또아리를 틀었다는 의미다. 그의 열정은 결국 그를 정치 세계로 이끌었다.

사실상 그의 정치 이력은 아버지의 유세를 따라다니면서 시작됐다. 수줍은 소년이었던 그는 이를 매우 싫어했지만 나중에 이 경험이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후 2000년대 초반 그는 호세 로드리게스 등 텍사스 정치인들의 유세에서 자원봉사했다.

그후 시의원에 출마, 당선되면서 정치 이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2012년에는 텍사스주 하원의원에 출마했다. 그는 ‘뚜벅이’ 유세를 벌이며 바닥에서부터 지지를 다진다. 보도에 따르면 이 당시 그는 1만6000개의 문을 두드렸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긴 그는 공화당을 눌렀고 3선까지 성공한다.

하지만 그의 꿈은 멈추지 않아 2018년 상원출마를 위해 하원의원직을 포기하게 된다. 1994년 이후 어떤 민주당도 상원에 당선된 적이 없었던 텍사스주 공화당 텃밭에서 현직 거물 정치인 테드 크루즈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전문 컨설턴트 없이 경험없는 자원봉사자에 의존해 선거운동을 벌였다.

대량텍스트메시지를 이용해 이뤄진 그의 선거운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크루즈에 대한 비난없이 이뤄졌다. 매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자신의 활동을 라이브스트리밍하면서 그의 인기도 쑥쑥 커졌다.

그는 첫 3개월에 대부분이 소액 기부자인 지지자로부터 200만달러를 모금했다. 내내 크루즈보다 2~3배 많은 모금을 하면서 상원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모금했다. 하지만 그는 48%를 득표, 51%를 얻은 크루즈 의원보다 불과 2.64%포인트 부족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그의 실패가 텍사스 주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더구나 오루크는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얻은 390만의 텍사스 표보다 더 많은 400만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미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부동층 유권자에게 호소력이 있다는 면에서 그를 대선 출마시 민주당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지목했다. 오루크의 정치색은 진보, 리버럴 또는 중도라고 분류된다. 복스는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평균적인 민주당 의원들보다 더 보수적인 누군가가 부동층을 잡기에 더 유리하다면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인물은 그가 유일하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2020년 민주당 경선 예비 설문조사에서 오루크는 십여 명의 민주당 경쟁자들을 제치고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보다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로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지난 달에 출마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정도다.

하지만 탐사전문 기자인 가레스 포터는 그의 출마 선언 후 트위터로 “민주당에 또 하나의 대통령병 걸린 ‘워너비’”라고 비꼬았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 이익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서 돈을 받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반대하는 ‘불매·투자철회·제재’(BDS) 운동에서 이스라엘쪽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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