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상학습 앱 다운로드 1위
애국심 자극 왕이 동영상 올리기도… 관영매체, 신분 숨긴 채 계정 운영
국내외 현안에 친정부 글 쏟아내… 공산당 정법위, 뉴미디어 전사 양성
소수 정예 6개월 훈련 뒤 선전활동
중국 내 스마트폰 앱 무료 다운로드 순위 1위인 ‘쉐시창궈(學習强國)’.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상을 뉴스 동영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해준다(위 사진). 인기 동영상 앱 ‘더우인’에 등장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사진. 미얀마 국경지대의 한 낡은 국경
표지석에 있는 ‘중국’ 글씨를 빨간색 페인트로 선명하게 덧칠하고 있다. 쉐시창궈·더우인 캡처
최근 중국 젊은이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15초짜리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더우인(@音)’. 19일 이곳에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사진이 올라왔다. 그는 중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의 한 낡은 국경 표지석에 ‘중국’이라고 쓰인 부분을 빨간색 페인트로 선명하게 칠하고 있었다. 배경 음악은 ‘나는 그대 중국을 사랑해’란 제목의 바이올린 연주곡, 이 계정의 주인은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였다.
이 영상을 시청한 사람은 약 167만 명에 이른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 길의 자신, 이론의 자신, 제도의 자신!” 등 댓글이 4만 개를 넘었다. 관영 신문과 방송 등 이른바 ‘올드미디어’에는 공개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최근 중국 내 스마트폰 앱 무료 다운로드 순위 1위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사상을 뉴스영상 등으로 학습하는 ‘쉐시창궈(學習强國)’다. 무려 4370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가 이를 내려받았다.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지난달 1일 내놓은 이 앱으로 시 주석 사상을 학습해 마일리지도 쌓고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이 앱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기술로 개발됐다는 점도 뒤늦게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 공산당은 밀레니얼 세대가 애용하는 소셜미디어 등 뉴미디어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당과 정부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아지는 것에 중국 지도부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시 주석은 최근 당 간부들에게 “젊은이들에 대한 인터넷 매체의 나쁜 영향을 관리 통제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도 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에는 “중국 청년들이 사회주의 후계자가 되도록 확실히 보장하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베이징에 있는 런민일보 뉴미디어빌딩을 방문해 “‘중국의 트위터’ 웨이보, 위챗 등 소셜미디어, 인터넷·모바일뉴스 분야의 발전을 위해 제대로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시 주석 방문 나흘 뒤 런민일보 잡지 ‘런민포럼’에는 “뉴미디어는 청년 당원들의 사상에 일정 정도의 충격을 주고 방해한다. 간부 당원들도 사상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그간 위챗 등 소셜미디어에 계정을 만들고 일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긴 채 선전 활동을 벌여 왔다. 중국 정부에 친화적인 태도로 중국의 각종 대내외 문제에 신랄한 글을 쏟아내는 위챗 계정인 ‘뉴탄친(牛彈琴)’이 대표적. 계정 소개에는 ‘개인’이라고 돼 있지만 소유주는 관영 신화통신 산하 잡지 ‘환추(環球)’의 부편집장 류훙(劉洪)이다.
젊은층의 여론을 장악하려는 중국 정부의 광범위한 ‘뉴미디어 전사(戰士)’ 양성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유명 위챗 계정 창안젠(長安劍)도 지난해 11월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계정은 10명 이하의 1980∼1990년대생 소셜미디어 정예팀이 운영한다. 이들은 정치적 충성심 등을 기준으로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뒤 6개월간 베이징에서 뉴미디어 선전을 위한 집중 훈련을 받는다. 훈련이 끝나면 각자의 고향으로 흩어져 선전 활동에 나선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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