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살려낼때 희열 계속 느끼고 싶어서”…獨간호사 ‘살인게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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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100여명 살해혐의 인정

병원에서 근무하며 환자 100여 명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전직 간호사 닐스 회겔이 지난달 30일 독일 올덴부르크 지방법원 법정에서 자신의 얼굴을 서류철로 가리고 있다. 올덴부르크=AP 뉴시스
병원에서 근무하며 환자 100여 명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전직 간호사 닐스 회겔이 지난달 30일 독일 올덴부르크 지방법원 법정에서 자신의 얼굴을 서류철로 가리고 있다. 올덴부르크=AP 뉴시스
플라스틱 서류철로 얼굴을 가렸다. 군데군데 털이 난 짧은 그의 손가락이 파란색 서류철 위로 두드러졌다. 6년 동안 1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범의 손이었다. 그 위로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모두 사실입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독일 북서부 작은 도시 올덴부르크 지방법원 법정. 독일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마로 불리는 닐스 회겔(41)은 이날 자신의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이 제기한 그의 혐의는 2000∼2005년 간호사로 근무한 두 곳의 병원에서 환자 100여 명을 살해했다는 것. 회겔은 “모든 것이 사실이다. 그보다 많거나 적을 수는 있지만…”이라고 말했다. 검사가 법정에서 사망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자 회겔은 표정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회겔이 간호사로 근무한 기간은 7년(1999∼2005년). 그는 자신이 죽인 사람이 몇 명인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는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약을 주사해 환자를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넣었다. 그런 뒤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몸 위로 뛰어올라 심폐소생술을 했다.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내는 자신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유일한 살해 동기였다.

환자를 살려낼 때의 기분은 마약처럼 그를 사로잡았다. 환자의 생사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34세 청년부터 90대 노인까지 무작위로 환자들에게 마수를 뻗쳤다. 환자가 살아나면 기뻐했다. 죽으면 다음 범행 대상을 찾았다. 회겔은 10년째 수감 중이다. 처방되지 않은 약을 환자에게 주사하다 발각돼 살인미수 혐의로 2008년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2건의 살인과 2건의 살인미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2015년 2월 종신형에 처해졌다.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심리 분석가에게 털어놨다. “적어도 30건의 살인은 더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러자 독일 검찰은 회겔이 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숨진 환자 500여 명의 기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전국의 공동묘지 60여 곳을 찾아가 134구의 시신을 꺼내 부검까지 했다. 장례를 치른 지 10년도 넘은 시신들이었다.

회겔이 근무했던 델멘호르스트 병원에서는 2003, 2004년 사망자 수가 이전에 비해 두 배가량 많았다. 이 기간 심장 관련 약물 사용량이 급증했고, 사망 환자가 나올 때마다 회겔은 대부분 근무 중이었다. 이날 열린 재판은 희생자를 기리는 1분간의 침묵으로 시작했다. 제바스티안 부에르만 판사는 “진실을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는 회겔에게도 공정한 재판을 약속했다. 회겔은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회겔이 근무했던 두 곳의 병원에서 그가 얼마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100여명 살해혐의 인정#독일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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