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와 무역협정 마무리 지은 트럼프, 캐나다로 화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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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 타결

“멕시코와의 멋진 빅 딜(A big deal looking good with Mexico)!”

27일 미국과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을 위한 양자 협상에 타결을 본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같은 트윗을 남겼다. 대선 후보 시절 나프타를 ‘재앙’이라고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무역협정 재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양국은 재협상에 착수한 지 1년 만에 합의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도 언론에 공개하며 “양국 모두에 정말 좋은 거래다. 훨씬 더 공정해진 거래”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나프타가 개정되려면 남은 회원국 캐나다가 미국과 멕시코 간에 타결된 잠정안에 합의해야 한다.

○ 미국의 판정승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 온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 관련 규정이 대표적이다. 양국은 무관세가 적용되는 자동차의 북미 역내 부품 생산 비율을 현행 62.5%에서 75%로 높였다. 미국 정부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결과로 자동차부품의 수입이 줄고 북미 지역 생산이 늘게 된다. 또 자동차부품의 40∼45%는 시급 16달러 이상의 노동자가 생산해야 한다는 규정도 생겼다. 이는 시급이 낮은 멕시코로 일감이 몰리는 것을 견제하고 미국이 자국의 고임금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새 합의는 또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미국이 강세를 보이는 농업 부문 무관세를 유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멕시코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국이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멕시코는 전체 수출량의 약 80%를 미국이 차지한다.

그러나 일몰 조항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한발 양보했다. 당초 미국은 5년마다 협정을 재검토하고 당사국이 서명하지 않으면 협정이 해지되는 일몰 조항을 요구했지만 멕시코와 캐나다는 물론이고 미국 산업계의 반대에도 부닥쳤다. 이번 합의에서 양국은 16년간 나프타를 유지하되 6년마다 협정 재연장을 검토하기로 하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다만 양국이 재검토 사항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협정 폐기 가능성도 열어 놨다.

○ 이제 남은 건 캐나다

백악관은 멕시코와 합의한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통화에서 무역 문제를 논의했으며 두 정상이 생산적인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트뤼도 총리 역시 성명과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이 28일 워싱턴에서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가운데 캐나다 외교부는 “나프타 재협상을 계속할 방침이지만 캐나다에 이익이 될 경우에만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를 언급하며 캐나다를 압박하면서 “나프타라는 이름을 없애고 ‘미국-멕시코 무역협정’이라고 부르겠다”는 발언으로 캐나다를 제외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장관도 27일 “나프타 명칭 개정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사항이 없다”면서도 “캐나다가 합의하지 않더라도 미국과 멕시코 간 양자 합의는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주 중 의회에 협상 결과를 통보하고 비준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 나라의 협상 타결이 이뤄지더라도 의회 비준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될 경우 (나프타 개정안) 비준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멕시코와의 협상 타결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은 유럽연합(EU) 등과 진행 중인 무역협상을 가능한 한 신속히 마무리한 뒤 9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는 등 중국 옥죄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니에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다른 나라들과도 협상하고 있다”며 “그중 중국이 협상을 원하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많은 세월, 수십 년 동안 일방적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멕시코 무역협정#트럼프#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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