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대법관에 ‘젊은 보수’ 캐버노… 사법 균형추 더 오른쪽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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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명… 대법 보수 5: 진보 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퇴임하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82) 후임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브렛 캐버노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판사(53)를 9일 지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지난해 1월 닐 고서치 대법관(51)을 지명한 지 1년 6개월 만의 두 번째 지명으로, 인준될 경우 연방대법원은 확실한 보수 성향을 띠게 된다. 낙태와 이민자 문제, 의료보험 개혁 등 보수와 진보가 충돌해 온 쟁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보수 쪽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 대법원 보수화 재편 시동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버노 판사가 탁월한 자질을 갖췄으며 헌법의 평등한 정의에 대해 헌신해 왔다”며 “법조계에서 ‘판사의 판사’로 간주된다”고 치켜세웠다. 캐버노 판사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정통 보수 성향의 법조인으로 꼽힌다. 법원에서 그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헤리티지재단의 존 맬컴 변호사는 뉴욕타임스(NYT)에 “메스(수술용 칼)를 쓸 때와 같은 정밀도를 법률 분야에서 보여준 인물”이라며 “독창적이면서도 보수적인 판사”라고 말했다.

캐버노 판사는 낙태와 총기 소지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해 밀입국 미성년자가 낙태를 위해 이민자 수용소에서 나올 수 있도록 허용한 판결에 대해 “불법 이민 미성년자들이 요구만 하면 낙태할 수 있는 새로운 권리를 만들어냈다”고 비난했다. 2011년에는 반자동 소총 소유를 금지한 법령에 대한 판결에서 “수정헌법 2조는 반자동 소총 소유의 권리도 포함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껄끄러운 조지 W 부시 대통령 밑에서 백악관 비서관을 지내다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된 그를 지명한 것을 두고 현지 언론에서는 ‘탄핵 예방 카드’를 포기하고 보수 노선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은퇴하는 케네디 대법관은 찬반 의견이 갈렸던 주요 사안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캐버노 판사가 인준되면 연방대법원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재편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수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연방대법원의 보수색이 더욱 짙어지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캐버노 판사의 합류로 대법원 보수 진영은 부쩍 젊어졌다. 그가 인준될 경우 보수 진영의 평균 나이는 61세로 진보 진영의 71.8세보다 열 살가량 젊다. 설상가상으로 진보 진영은 고령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5)와 스티븐 브라이어(80)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은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깊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 상원 인준 가능할까

NYT는 캐버노 판사가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조사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팀에서 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사실을 거론하며 “엄청난 정치적 사건들에 참여해 강한 지지 그룹과 반대 그룹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반대 여론이 강하다는 것은 인준 과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당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그의 보수적 성향을 이유로 “내가 가진 모든 걸 동원해 인준에 반대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2016년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하자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메릭 갈런드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장을 후임으로 지명했지만 공화당이 “후임 대통령에게 지명권을 넘겨야 한다”며 반대해 인준이 무산된 것도 민주당은 기억하고 있다.

대법관 인준은 상원의원 100명 중 과반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공화당 의석은 51석이지만 당내에서 수전 콜린스, 리사 머카우스키 두 여성 의원이 낙태를 지지하고 있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과 적대 관계인 제프 블레이크 의원과 뇌종양을 앓고 있는 존 매케인 의원도 이탈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백악관은 내부적으로 반대 가능성이 있는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이미 설득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한기재 기자
#새 대법관#젊은 보수#캐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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