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대북정책은 ‘길 한가운데 꽂힌 포크’ …어떤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9일 14시 37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세번 째로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1,2차 방북의 목적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를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3차 방북은 회담의 성과물을 준수하라고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북한과 협상을 해 본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예상대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폼페이오 평양행에 대해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비난과 충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We have reached a fork in the road./보수적 성향의 미국 전문가 해리 카지아니스는 폼페이오 방북 성과에 대해 ‘fork in the road’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길 한가운데 꽂혀 있는 포크’는 Y형 갈림길로 나눠지는 지점을 말합니다. 의역을 한다면 ‘중대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북한을 앞으로 어떻게 대할까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처럼 김정은에게 칭찬을 퍼부을 것인가, 아니면 많은 전문가들이 충고하는 것처럼 냉정하게 돌아설 것인가. 이제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North Korea poured cold water on the talks./영어 표현이 너무 다양하고 개수가 많아서 혼란스럽다는 한국 분들이 있습니다. ‘중대 결정 시점’의 영어 표현이 ‘fork in the road’라는 것은 예상 밖 아닙니까. 그렇지만 예측 가능한 것들도 있습니다. ‘찬물을 끼얹다’의 영어 표현은 말 그대로 ‘pour cold water on’입니다. 북한 외무성이 미국의 협상 태도를 ‘강도(gangster) 같다’고 비난한 담화를 발표한 뒤 미 NBC 방송은 ‘북한이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습니다.

△Welcome to our world, Mr. Secretary./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중에 ‘Welcome to my world’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에서 환영하는 대상은 연인입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차관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세계로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환영하는 대상은 국무장관 귀하(Mr. Secretary)입니다. ‘우리의 세계’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온 전문가 그룹을 말합니다. 방북 성과도 내지 못하고, 김정은도 만나지 못하고 북한에 헛걸음을 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우리 그룹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냉소적으로 하는 말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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