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경영평가 받듯… 佛 모든 장관, 총리에 정책평가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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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경쟁 중시하는 마크롱 지시


3일 오전 10시 15분, 각종 회의 때마다 자주 찾는 파리의 총리 관저로 들어서는 장미셸 블랑케르 프랑스 교육장관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표정이다. 늘 공무원들을 평가하기만 하던 그가 이번엔 평가를 받는 자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날 블랑케르 장관은 지난 1년간 실시한 대학입시 개혁, 중고교생 학습 능력 향상 등 각종 교육개혁 정책에 대해 총리로부터 면접평가를 받았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사진)는 3일 교육장관을 시작으로 4일 경제재무장관, 5일 환경장관 등 7월 한 달 동안 모든 부처 장관을 상대로 일대일 평가 인터뷰를 실시할 예정이다. 7월 바캉스 기간이 장관들에겐 긴장의 순간이 될 수밖에 없다. 인터뷰는 짧게는 90분, 길게는 두 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장관은 답변에 도움을 받기 위해 어떤 배석자도 둘 수 없다. 총리와 장관이 일대일로 마주 앉은 채 평가를 위한 인터뷰가 진행되는 만큼 장관은 자기 부처의 모든 국정 이슈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필리프 총리는 “이번 면접은 장관 취임 1년을 맞아 앞으로 더 잘하자는 취지이지 페널티를 주려는 것이 아니고 개각을 위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장관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가 총리실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총리실은 이미 장관들의 면접 결과 평가 시스템을 모두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의 이번 장관 면접 평가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장관 면담 평가를 공약했다. 기업가 출신으로 성과와 경쟁을 중시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필리프 총리는 △모범성 △다른 부처와의 협동 △효율성을 이번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 인터뷰는 그동안 반드시 진행하기로 한 개혁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와 향후 정책 이행을 위한 준비를 점검하는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된다.

지난 1년간의 정책 성과에 대한 점검은 총리실이 작년 9월 각 부서에 보낸 로드맵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건강부의 경우 총리실은 당시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시스템 수립과 개선,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사회연대 정책의 이행 등을 우선 정책 과제로 내려보냈다. 장관은 이에 대한 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각 부처 장관은 미래를 대비한 정책 점검을 위해 필리프 총리가 지난달 초 준비를 지시한 ‘2018∼2022년 대전환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향후 5년간의 계획을 담는 이 안의 핵심은 구체성이다. 이 계획안에는 향후 개혁 과제, 과제의 목적, 과제의 이행 결과로 예상되는 변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수단, 과제 이행 일정과 과제 추진 주체 등을 자세히 담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시로 시행되는 이번 평가가 국정 장악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각 부처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들은 내각을 책임지는 총리가 주도적으로 면접 평가를 실시하며 공직사회에 긴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로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마크롱#필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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