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캐나다·멕시코산 철강에 관세폭탄 강행”…글로벌 무역전쟁 본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일 0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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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25%, 알루미늄 10% 예정대로 부과
EU “동맹국에 몹쓸 짓 했다… 맞불 관세”
마크롱 “WTO 개혁해 집단대응할 것” 반발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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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3월에 밝힌 대로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높은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캐나다와 멕시코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 부과를 확정해 ‘글로벌 관세 전면전’에 큰불을 놓았다.

이에 유럽연합(EU), 멕시코와 캐나다 정부는 즉각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일으킨 글로벌 관세 전쟁이 태평양(미국 대 중국)에서 대서양(미국 대 EU)과 북중미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AP통신은 31일 “트럼프 행정부가 EU와의 무역 관세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EU는 최근 수 주 동안 관세 관련 막판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국가 안보가 우려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유럽산 자동차에도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며 갈등 국면을 차츰 심화시켜 왔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대미 수출량을 제한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관세 면제 국가 지위를 부여했다. 유럽산 제품에 대해서는 1일까지 적용을 유예하며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해 왔다. 캐나다산과 멕시코산에 대해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을 진행하면서 고율 관세를 면제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종국에는 EU와 같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EU 측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 상황을 기만했다”고 맞섰다. 데이비드 오설리번 주미 EU 대사는 최근 WSJ와의 인터뷰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이 미국의 안보에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분석 자료를 보지 못했다”며 “미국이 유럽과 실현 가능한 무역 협상을 하길 원한다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압박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토바이, 청바지, 버번위스키, 오렌지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총 28억 유로(약 3조5200억 원)에 이르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회의에서는 미국과 EU 대표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 간에 서슬 퍼런 설전(舌戰)이 벌어졌다.

이 회의에 참석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관세 때문에 대화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신(神)은 EU가 얼마나 엄청난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각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일방적이고 위협적인 보호무역 노선은 세계 무역의 심각한 불균형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보호무역 정책은 단기적으로 상징적 만족감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물가 상승과 실업률 악화 등 무역 전쟁의 폐해를 부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주도의) 세계무역기구(WTO)를 개혁해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집단적으로 대응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OECD 회의에 참석한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도 “프랑스와 유럽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공격받는다면 우리의 이익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발언해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EU 측 무역 분야 관계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세계 무역에 매우 나쁜 일이 벌어진 날”이라며 “미국이 내린 결정은 오랜 세월 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온 파트너, 친구, 동맹국 사이에서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멕시코 정부도 “사과, 돼지고기, 포도, 치즈 등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높은 비율의 보복 관세를 붙이겠다”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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