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왕세자가 대형 마트에서 통 크게 ‘한턱’을 냈다가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고 다른 마트까지 혼란에 빠뜨렸다.
12일 말레이시아 온라인 미디어 월드오브버즈에 따르면, 전날 저녁 조호바루의 이온(Aeon)마트에 한 남자가 나타나 확성기를 들고 “지금 쇼핑객이 산 모든 물건은 내가 계산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이 남자는 현지에서 TMJ(Tengku Mahkota Johor)로 불리는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왕세자 ‘툰쿠 이스마일 술탄 이브라힘’이었다. 현지 프로 축구단 ‘조호르 다룰 타짐 FC’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된 쇼핑객들은 닥치는 데로 물건을 쇼핑카트에 쓸어 담기 시작했다. 쇼핑객들은 평상시 사지 않는 물건까지 몽땅 카트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고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TMJ는 저녁 8시쯤 1인당 3000링깃(약 83만 원) 한도 내에서 총 100만 링깃(약 2억7600만 원)을 결제하고는 마트를 떠났다.
혜택을 입은 많은 시민은 TMJ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문제는 TMJ가 떠나고 난 후였다. 난리 통에 쏟아진 음료와 액체 세제, 각종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시간 내에 결제하지 못한 사람들이 물건을 가득 쌓은 카트를 그대로 방치한 채 떠나면서 마트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변했다. 쇼핑객들은 아이스크림 같은 냉동·냉장 식품도 상온에 그대로 내버려 두고 마트를 떠났다.
이 사진이 다음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네티즌들은 “전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한 네티즌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빈곤 가정이 너무나 많은데, 정말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면 우리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 돈이면 정말로 가난한 수천 명의 가정들을 도울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들은 쌀, 설탕, 식용유와 같은 기본적인 필수품 대신에 불필요한 것들로 탐욕스럽게 카트를 채웠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일을 이용한 가짜 글들이 소셜미디어에 쏟아져 인근 도시 시민들까지 혼란에 빠진 것이다.
인근의 한 도시에서는 이날 ‘TMJ가 아침 일찍 OO 마트에서 모든 식료품 비용을 지불한다’는 내용의 거짓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왔고, 많은 시민이 이 글에 속아 마트에 몰려들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당국은 군중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까지 현장에 배치했다.
한 시민은 “군중이 떠나고 난 후 선반에 흐트러진 물건들은 누가 다시 정리할 것인가”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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