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文대통령 방북요청 ‘완전한 양동 작전’”…日정부-언론 경계 일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1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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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김정은의 문 대통령 방북 요청은 ‘완전한 양동 작전’”
방위상 등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 안 하면 ’방북 안 된다‘고 한국에 요청할 것”

일 정부와 언론 모두 경계 일색
“한국이 북한의 미소 외교에 넘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북-미 대화 중개 위해 서두르는 문 대통령의 태도에서 위험함을 느낀다”

일본 정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한데 대해 “완전한 양동(陽動)작전”이라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드러내지 않는 상태에서 문 대통령이 방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10일 기자들에게 “과거 일본도 한국도 북한의 유화 정책에 끌려다닌 적이 있지만 그 결과는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지속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문대통령 방북은) 북한의 핵 미사일 정책이 바뀌는 것이 대전제”라며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끄집어내지 못하는 한 방북하면 안 된다고 한국에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1일 아사히신문은 이같은 시각이 일본 정부만의 것이 아니라 미국과 공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당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이번 방한의 가장 큰 목적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문대통령에게 압력 강화를 향한 한미일 결속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반드시 성과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미일 양국은 초조감도 내비친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9일 평창에서 한일정상회담 직후 미국 측 요청으로 아베 총리와 펜스 부통령이 급히 다시 회담을 가졌으며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이 주최하는 리셉션 장소까지 가는 길에도 자신의 차에 아베 총리를 태우고 향후 대책을 협의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이 이상 북한에 경도되지 않도록 미국과 일본이 연대해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문대통령이 방북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의 흔들기가 일정한 성과를 올린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한국정부 내 유화무드가 커지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는 “북한의 ’미소외교‘에 넘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도 경계 일색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사설을 통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특사 등과의 대화에서) 북한 측에 직접 핵 개발 포기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라며 “핵 문제에서 진전이 없는 채로 대북 국제포위망을 파괴하는 사태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북한 핵 문제는 한국의 안보와도 직결된다”며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에 맡길 게 아니라 자신이 비핵화를 촉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고립이 심해진 북한이 유화 공세를 하는 의도는 미국 측에서 한국을 떼어내 자신에 대한 포위망을 붕괴하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김여정 특사에게 남북관계 진전과 함께 ’조기에 북-미 대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의 의도가 어떻든 남북한 지도자가 직접 대화하는 것은 본래 있어야 할 모습”이지만 “정상회담은 미국 등과 조정해야 함은 물론이고 유엔 안보리의 제재 효과를 손상하는 행동은 철저히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남북정상회담을 필요로 하는 곳은 북한”이라며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는 회담은 의미가 없다. 북-미 대화 중개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는 문 대통령의 태도에서 위험함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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