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임금 올리거나 투자 늘리면 법인세 감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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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세율 최대 5%P 인하 방침
日 기업들 사상 최대 이익 내고도 미래불안 이유 임금인상-투자 꺼려
아베 “내년봄 3% 인상 기대” 압박… 경제효과로 개헌 길 닦기 포석도

일본 정부가 직원 임금을 올리거나 설비투자를 늘리는 기업에 법인세 실효세율을 최대 5%포인트까지 파격적으로 깎아줄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일본의 실효 법인세율은 내년에 29.74%가 되는데 정부 시책에 협조하면 25% 수준까지 낮춰 주겠다는 것이다.

당근을 내민 것은 기업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고도 임금 인상이나 설비투자에 잘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경제 최대 목표인 ‘물가상승률 2% 달성’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매년 초마다 기업을 압박해 임금을 올리게 하는 ‘관제춘투’를 되풀이하고 있지만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은 1.98%로 2년 연속 하락했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일본 경제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아베 총리는 올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직후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原定征) 경단련 회장을 만나 “내년 봄에는 3%의 임금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수치까지 제시했다. 또 “기업이 수익을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에 돌리게 하기 위해 예산과 세제 등 모든 정책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가을 총재선거에서 3연임과 최대 과제인 개헌 달성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기업이 실질적으로 떠안은 세 부담을 말한다. 2012년 말 아베 총리가 집권할 때만 해도 일본의 실효세율은 35.64%였지만 이후 ‘아베노믹스’를 내세우며 단계적으로 인하해 지난해 29.97%가 됐다. “법인세를 20%대로 내리겠다”던 아베 총리가 약속을 지킨 것이다. 현재 일본의 법인세율은 영국보다는 높고,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세율을 더 내릴 수 없다는 게 일본의 고민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기업에만 혜택을 주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소득확대촉진세제를 개편해 아베 총리의 언급대로 3% 이상 임금을 올린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준연도인 2012년부터 기본급에 수당과 상여 등을 더한 급여총액이 일정 비율 이상 늘어난 기업이 대상이다. 설비투자를 전년도에 비해 많이 늘린 기업에도 세금을 깎아줄 방침이다.

반면 수익을 많이 내고도 임금을 올리지 않거나 설비투자를 안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도입해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등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신문은 “다만 일시적으로 실적이 악화된 기업의 세 부담이 가중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제개편이 일본의 경쟁력을 개선할 근본적인 법인세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임금#법인세#투자#직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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