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와인스틴 性추문 이어 英-佛은 정치권 性스캔들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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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의원, 女비서에게 성인용품 심부름 시켜… 佛서도 女보좌관 “강제추행 당했다” 폭로

‘민주주의와 공화국 정치’의 본산인 영국과 프랑스 정치판이 추악한 성추행 스캔들로 발칵 뒤집혔다.

미국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여파로 시작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남성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행동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국제통상부 각외장관(수석차관)을 겸직하고 있는 마크 가니어 보수당 하원의원(54)은 2010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여비서에게 돈을 주며 성인용품 가게에서 전동 자위기구 두 개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 조사를 받고 있다. 이는 가니어의 전 비서 캐럴라인 에드먼슨이 29일 영국 매체 더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폭로하면서 7년이 지나 드러났다. 가니어는 이직을 준비하던 캐럴라인에게 사람들이 많은 술집에서 “너는 아무 데도 못 가. 훌륭한 가슴(sugar tits)을 가졌으니까”라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가니어 의원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 보면 공룡 같은 (뒤떨어진) 행동으로 비칠 수 있지만 성희롱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영국 국무조정실은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테리사 메이 총리는 존 버커우 하원의장에게 스태프를 괴롭히고 추행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속력 있는 불만 처리 절차를 만들고 독립적인 조정 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은 28일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와인스틴을 소재로 농담을 했다가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고브 장관은 BBC 라디오에 출연해 “당신 프로그램 스튜디오에 나오는 건 와인스틴의 침대에 가는 것과 같다”고 농담했다. 유명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영광이라는 뜻이었지만 “부적절한 비유”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 정치판에 여성을 비하하는 문화가 만연돼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총리 측근은 BBC에 “수년 동안 의회에서 성추행과 여성 비하와 관련해 도를 넘은 의원들이 만연해 있다는 건 공개된 비밀이었다”며 “정당 지도부가 너무 자주 그들을 눈감아 줬다”고 말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28일 “여성에 대한 뒤틀리고 왜곡된 문화가 권력의 회랑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보수당 의원인 스티븐 크래브 전 웨일스 장관은 2013년에 의회에서 직업을 구하러 온 19세 여성과 취업 면접 인터뷰를 한 뒤 노골적으로 성적인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회의 때마다 테이블 밑으로 여자를 건드려 ‘행복한 손(Happy Hands)’, 택시 뒷자리에서 젊은 여성을 건드리는 ‘택시 간지럼쟁이(Taxi Tickler)’ 등의 별명이 붙은 의원들도 있다고 영국 언론 더 선지는 전했다.

프랑스에서도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소속 크리스토프 아렌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29세 여성 전직 보좌관의 폭로가 있었다. 그녀는 아렌 의원이 길을 걸어갈 때 자신의 상의 속옷을 풀고 가슴을 만지려 했다고 밝혔다. 최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조사 결과 여성의 53%가 적어도 한 번 이상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조사가 나오면서 성추행 문제는 사회 문제로 커지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성추행#성스캔들#영국#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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