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들 고독 달래줘… 트루먼 “친구 원하면 개 키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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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퍼스트 도그’

클린턴의 ‘버디’… 부시의 ‘바니와 밀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퍼스트도그 버디와 잔디밭에 앉아
 있다(위쪽 사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백악관 경내에서 애완견 바니와 밀리의 목을 쓰다듬고 있다. 바니는 부시의 임기 말
 로이터통신 기자의 손을 물어 유명해졌다. 사진 출처 대통령애완동물박물관
클린턴의 ‘버디’… 부시의 ‘바니와 밀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퍼스트도그 버디와 잔디밭에 앉아 있다(위쪽 사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백악관 경내에서 애완견 바니와 밀리의 목을 쓰다듬고 있다. 바니는 부시의 임기 말 로이터통신 기자의 손을 물어 유명해졌다. 사진 출처 대통령애완동물박물관
유명 식당 대표가 아이돌이 키우던 반려견에게 물린 뒤 치료를 받다 숨진 비극적인 사건으로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CNN은 최근 백악관의 집무실과 앞마당을 누빈 ‘퍼스트 펫(first pet)’의 역사를 더듬는 기사를 실었다. CNN은 백악관 마스코트들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올해 1월 백악관 생활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고 전했다.

트럼프를 제외한 역대 미국 대통령 44명 중 백악관에서 반려동물을 키운 사람은 41명이다. 33대 해리 트루먼은 “워싱턴에서 친구를 원한다면 개를 키우라”고 조언했다.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의사 결정권자로서 고독과 외로움을 달래줄 상대로 동물만 한 게 없다는 것이다. 어떤 말을 해도 타인에게 새나갈 위험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은 퍼스트 펫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곤 했다.

미국 대통령들이 백악관에서 가장 많이 키운 반려동물은 강아지. 하지만 이 중 일부는 손님이나 기자를 공격해 물의를 빚었고, 심한 경우 추방당하기도 했다. 최근 연예인 최시원 씨 일가가 키우던 프렌치불도그의 공격과 비슷한 사건이 백악관에서도 여러 차례 벌어진 것이다.

개를 6마리 길렀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핏불테리어 ‘피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피트는 백악관 방문객 5명을 물었고, 급기야 주미 프랑스대사의 바지를 물어뜯는 외교 결례를 저질렀다. 피트는 결국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조지 W 부시의 스코티시테리어 ‘바니’는 2008년 한 백악관 출입기자의 손가락을 물었다. 로이터통신의 존 데커 기자는 바니에게 물린 뒤 “불행히도 피부가 벗겨졌다. 며칠간 항생제를 맞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의 퇴임을 앞둔 올해 1월엔 그의 반려견 ‘서니’가 백악관 관람객의 얼굴에 상처를 냈다.

백악관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평소 자유롭게 경내를 돌아다닌다. 목줄이나 입마개 등을 하지 않은 채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백악관 출입 사진기자의 카메라 렌즈에 자주 포착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따금 방문객이나 기자를 물기도 하지만 루스벨트의 피트처럼 ‘실수’가 반복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한 추방되지 않았다.

개를 사랑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트럼프가 어떤 반려동물도 키우지 않는 것을 두고 인간미 없고 거친 성격을 반영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각종 동물을 키워 “집에 동물원을 차려놓은 듯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4월 12일 고양이 ‘피클’과 ‘오레오’, 토끼 ‘말런 번도’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한편 CNN은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흔한 동물 외에 이색적인 동물을 키운 대통령도 있었다고 전했다. 토머스 제퍼슨은 백악관에서 불곰 2마리를 키웠고, 마틴 밴 뷰런은 오만에서 선물받은 새끼 호랑이 2마리를 키웠다. 존 퀸시 애덤스는 백악관 화장실에서 애완용 악어를 키우기도 했다. 맹수를 백악관에 들여놓은 것에 대해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뷰런의 호랑이는 결국 의회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동물원으로 이송됐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개 6마리, 말 11마리, 닭과 앵무새 6마리 등 총 50마리의 동물을 키웠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백악관#퍼스트 도그#트루먼#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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