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들 ‘왕따’ 현장 지켜 본 어른들 반응, 이럴 수가?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0월 24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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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한 아이를 ‘왕따’ 시키는 현장을 목격한 어른 중 몇 명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나설까?

23일(현지시간) 미국 타임지 인터넷판은 최근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이 유튜브에 올린 공익광고 영상 한 편을 소개했다. 영상은 ‘왕따’ 현장을 지켜본 어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약 3분길이인 이 영상 도입부에서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나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자신이 다음 타겟이 될 수 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은 더 쉽다”고 말한다.

다음 장면을 보면, 버거킹 매장 안에서 한 남자 아이가 또래 소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아이들은 한 소년을 둘러싸고 툭툭 때리기도 하고, 그가 먹던 버거에 음료수를 붓기도 한다. 주변엔 버거킹의 실제 손님들이 앉아 이를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이 눈치만 볼 뿐 따돌림 당하는 아이를 위해 나서진 않는다.

배경은 버거킹 주방으로 바뀐다. 버거를 만드는 직원은 버거킹 대표메뉴 와퍼 주니어에 주먹을 내리쳐 버거를 엉망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버거를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으깨진 버거를 받은 손님들은 대부분 황당해하며 매장 직원들에게 항의를 했다. 한 손님이 직원에게 “포장을 열어봤더니 버거가 이렇게 으깨져 있던데요”라고 말하자 직원은 “‘괴롭힘 당한’ 버거를 주문하셨나요, ‘괴롭힘 당하지 않은’ 버거를 주문하셨나요?”라고 묻는다. “제가 이 버거를 ‘괴롭히는’ 것을 보셨나요? 그래서 이렇게 항의하러 오신 건가요?” 라고 묻기도 한다.

또 다른 손님이 항의하자 직원은 “그냥 웃기려고 그런 것”이라고 둘러댄다. 직원은 심지어 으깨진 버거를 한 번 더 주먹으로 치기도 한다. 손님들은 더욱 어이없어 한다.

버거킹은 왕따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광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버거킹은 “전 세계 학교 아동 중 30%가 매년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오늘날 ‘왕따’는 미국 아이들이 당하는 폭력 1위”라며 “버거킹은 왕따 예방의 달을 맞아 이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실험에서 사람들은 괴롭힘 당한 ‘주니어(소년)’를 도울 때보다 자신의 ‘와퍼 주니어(버거)’가 으깨졌을 때 더 많이 일어나 항의했다”고 전했다.

실험 결과, 으깨진 버거를 받은 손님들 중 95%는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에게 항의를 했다. 그리고 매장 안 12%의 어른 손님들만이 따돌림 당하는 아이를 위해 직접 나섰다.

한 손님은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의 곁에 다가가 “괜찮냐”고 물으며 같이 햄버거를 먹는다. “그냥 재밌자고 하는 거예요”라고 괴롭힌 아이가 말하자 어떤 손님은 “이게 재미있다고? 재미없다. 내가 보기엔 장난이 아니라 괴롭힘이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손님은 “자신이 무방비하다고 느낄 때가 가장 안 좋은 상태”라며 “나도 저 아이의 상황에 처했을 때가 있었다. 저런 광경을 본다면 나서서 뭔가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나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괴롭힘을 당해도 되는 ‘주니어’는 없다”는 자막이 나오며 영상은 끝난다.

버거가 으깨진 것과 아이가 왕따 당하는 상황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아이가 왕따 당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 목소리를 내는 어른들은 적다는 것을 알린 셈이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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