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견제할 만한 리더는 여전히 메르켈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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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에 맞서 민주주의 수호
‘스트롱맨’ 리더십과 대척점… EU군대 창설 관철이 시험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05년 취임 이후 12년 동안 집권하면서 단 한 번도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10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50% 이상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지지율이 주로 40%대, 영국 총리는 30%대, 프랑스 대통령은 2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모든 지도자가 부러워할 만하다. 탄탄한 경제 성장과 유연하고 포용력 있는 ‘무티’(엄마) 리더십의 결과였다.

24일 총선에서 고전했지만 4선 연임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 외교에서 메르켈 총리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외교협회(CFR) 찰스 쿱찬 수석연구원은 “다소 힘이 약해졌지만 트럼프의 미국,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견제할 만한 인물은 여전히 메르켈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포퓰리즘)-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반(反)유럽 통합)-김정은(반평화)과 맞서 진정한 세계 리더를 꿈꾸고 있다. 경제에 있어 유럽을 사실상 제패한 독일이 정치, 외교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꿈을 실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포퓰리즘과 국익 우선주의에 맞선 세계 자유진영의 리더로서 그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세계의 염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국내 정치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난민 정책, 보호주의에 맞서고 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로 이어지는 ‘스트롱맨’ 리더십과 대척점에서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유럽 통합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서도 메이 총리를 압도하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등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영국과 달리 EU 회원국들은 28개국 모두가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회복세가 뚜렷하다.

그 사이 메르켈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정치-군사 영역에서 미국의 우산 속에서 벗어나고 경제 영역에서 중국의 침범에 맞서며 유럽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주도하는 EU 군대 창설은 향후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메르켈#트럼프#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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