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P “우린 당연한 옵션 아니다”… 열흘 넘도록 협상 타결 짓지 못해
28일 하원투표서 운명 결정
8일 총선에서 보수당 과반수를 잃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가 사퇴 압박의 탈출구로 삼아온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과의 공동정부 구성이 진통을 겪고 있다. DUP가 20일 “보수당을 받쳐주기 위한 협상을 파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수당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보수당은 애당초 시작 48시간 이내에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BBC도 DUP의 한 중진 의원 말을 빌려 “우리를 당연한 옵션으로 여기지 말라”며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고 보도했다. DUP는 국방 예산을 더 주는 것을 포함해 좀 더 적극적으로 재정 지원을 해주고, 북아일랜드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의 세금을 깎아주는 걸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앞두고 EU를 향해 “나쁜 협상을 할 바에는 협상을 안 하는 게 낫다”고 협박해 왔지만 DUP의 ‘벼랑 끝 협박’에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텔레그래프는 메이 총리 측도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을 대비해 12석의 의석을 가진 자유민주당과의 협상 여지를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자민당은 확고하게 EU와의 단일 시장을 요구하고 있어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공동정부 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BBC는 다만 DUP도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총리가 되거나, 또다시 조기 총선이 열리는 것은 바라지 않아 막판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메이 총리의 운명은 28일 하원에서 열리는 영국 여왕의 국정 기조 연설에 대한 투표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8일 조기 총선 이후 새로운 회기를 시작하는 국회에서 개회 연설을 했다. 이후 의회는 여왕 연설에 대한 일주일간의 토론을 거쳐 찬반 투표를 한다. 보수당 내에서도 그때까지 메이 총리가 DUP를 설득하지 못하거나 당내에서 반란표 움직임이 생길 경우 총리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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