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4층 아파트 ‘타워링’ 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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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2층서 발화 순식간에 번져… 총 120가구 주민들 상당수 대피못해
최소 6명 사망… 인명피해 더 클듯
원인 불명… 테러 가능성 배제안해


로맨틱 영화 ‘노팅 힐’로 유명한 영국 런던 노팅힐 포토벨로마켓을 지나는 순간 숯덩이처럼 검게 변해버린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활기에 넘치는 시장과 너무나 대비됐다. 불이 난 지 12시간이 지났지만 건물은 여전히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헬기는 하늘을 떠다니고, 도로엔 온통 구급차와 소방차가 즐비했다. 밤새 화마와 싸운 소방관이 시커멓게 변한 얼굴로 지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중동과 아프리카계 이민자 등 서민들이 모여 사는 런던의 24층 노후 아파트에서 한밤에 불이 나 최소 6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20명은 상태가 위중한 데다 실종자가 많아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불이 저층부에서 시작해 위쪽으로 급속히 확산돼 대피하지 못한 상층부 주민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입주자들이 화재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져 인재(人災)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지만 관련 당국은 테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14일 0시 54분경(현지 시간) 런던 중서부 래티머로드의 주상복합건물 ‘그렌펠타워’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처음 접수됐다. 불은 2층에서 시작돼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건물에서 대피한 입주민 압둘 카디리 씨는 뉴욕타임스(NYT)에 “오전 1시 45분쯤에 사이렌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다. 15층에 친구가 살고 있어 전화를 했더니 화재가 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 있던 조지 클라크 씨는 BBC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상층부에서 어떤 사람이 손전등을 흔들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1974년 지어진 이 건물은 노후 정도가 심해 입주자 단체가 주기적으로 화재 위험성을 제기했다고 NYT는 전했다.

영국은 최근 잇단 테러와 8일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사실상 패배하는 등 정치적 혼란을 겪은 데 이어 공공 임대아파트에서 참사가 나 극도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런던의 사디크 칸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한 곳 이상의 응급기관이 특별 조치를 시행하는 ‘중대사고(major incident)’ 상황을 발령하며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런던=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황인찬 기자
#런던#타워링#참사#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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