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역동성 부러웠나… 아일랜드도 30대 리더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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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리더십’ 갈망하는 지구촌

젊은 ‘3040세대’가 전 세계적으로 국가 정상 자리를 차지하며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가운데 또 한 명의 ‘젊은 피’가 나라의 운명을 짊어지고 나섰다. 2일(현지 시간) 38세의 나이로 아일랜드 집권여당 ‘통일 아일랜드당’의 대표로 선출된 리오 버라드커 총리 후보자가 주인공이다. 현지 언론 아이리시타임스는 “꿈과 야망을 실현하는 것엔 그 어떤 제한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라며 그의 당선 소식을 전했다.

버라드커 총리 후보자는 아버지가 인도 뭄바이 태생이고 어머니는 아일랜드 태생인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2015년엔 대중 앞에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일랜드의 성소수자 매체 ‘더블린 게이 커뮤니티 뉴스’의 편집장 브라이언 피네건은 “후보자의 성 정체성보다 정책을 중시하는 아일랜드 변화의 신호탄이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며 그의 당선을 반겼다.

버라드커 총리 후보자는 엔다 케니 현 총리가 사임함에 따라 2주 뒤 의회에서 총리로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그는 아일랜드가 1922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최연소 아일랜드 정부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만 39세 나이로 당선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이어 아일랜드에서도 30대 정치인이 국가 최고 권력에 오른 셈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에서 당선된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총리(39), 11월 임명된 위리 라타스 에스토니아 총리(39) 등과 함께 30대 유럽 국가수반 자리에 올랐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역시 2014년 당선 당시 나이가 39세에 불과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43), 기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조지아 대통령(48),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45),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46) 등도 40대 젊은 지도자로 꼽힌다.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과 변화에 대한 갈망이 3040 지도자 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러와 경제난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젊은 후보들이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덩컨 맥도널 그리피스대 교수는 “유럽의 모든 국가에서 사람들의 지지 성향이 바뀌고 있다”며 “이념을 버리고 현실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크롱은 사회당을 나와 중도정당 ‘앙마르슈’를 창당하며, 좌파·우파의 경계가 없는 실용적 공약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당선 이후 그가 보이는 행보 역시 꾸준히 전 세계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한 직후 3분짜리 영어로 된 연설문을 낭독하며 “미국인들이여, 프랑스로 오라”는 도발적 메시지를 전했다.

공식석상에서 프랑스어만 쓴다는 전통적 관례를 깨뜨린 이 연설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4만 번 이상 공유되며 인기를 끌었다. BBC는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의 대명사였던 미국의 이미지를 트럼프 이후 프랑스가 가져가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차기 국가수반을 꿈꾸는 예비 후보들도 한둘이 아니다. 스페인에선 2015년 신생정당 ‘포데모스’를 3당으로 끌어올린 파블로 이글레시아스(39)가 향후 국가를 이끌어갈 젊은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선 털시 개버드 연방 하원의원(36·민주·하와이)이 2020년 대선 출마 후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성일 뿐 아니라 힌두교 신자로 나이·성별·종교 ‘유리 천장’을 동시에 깬다는 상징성을 지니기도 한 인물이다. 케네디가(家)의 조지프 케네디 3세(37)도 뉴욕타임스(NYT)의 ‘주목할 만한 젊은 민주당원’에 선정됐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손자로 현재 매사추세츠 주를 대표하는 연방 하원의원이다.

김수연 sykim@donga.com·한기재 기자 / 파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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