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렇게 산다고요?” 탈북 화가들, 수용소 실태 그린 그림 전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9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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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람이 이렇게 산다고요? 너무 끔찍해요.”

이집트 대학생 바스말 씨(21·여)는 8일 수도 카이로의 한국학교 강당에서 열린 북한 인권 실태 고발 전시회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창살에 갇힌 한 북한 수용자가 쥐라도 잡아먹기 위해 부스러기로 유인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굶주린 개 여러 마리가 몰려들어 수용자들을 물어뜯고 있는 모습이 전시됐다. 아인샴스대 한국어학과 학생인 바스말 씨는 북한에 대해 알고 싶어 이번 전시에 참가했다가 끔찍한 인권유린 실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집트지회 주최로 7, 8일 열린 이번 전시회는 탈북자들이 감옥에서 치렀던 각종 고초를 직접 그림으로 생생히 표현한 작품 40점으로 꾸려졌다. 탈북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을 듣고 같은 탈북 화가들이 직접 그려 생생함을 더했다. 이집트인과 한국인 300여명이 몰렸다.

작품에는 북한 수용소 고문도구의 정확한 형태와 길이, 폐타이어로 만든 신발, 볏집으로 만든 수용소 구조 등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구체적 사실들이 표현돼있었다. 나체 여성들이 피를 흘리며 간수들에게 학대당하는 모습, 피골이 상접한 죄수들이 쌀 한줌 배급받는 현실, 팔다리를 천장에 묶여 U자로 휘어지게 한 뒤 자행되는 ‘비행기고문’ 장면 등 수용소의 잔혹한 실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집트인 메르나 씨(21·여)는 굶주림에 시달린 한 수감자가 독초인 박새풀을 뜯어먹다가 구토하는 장면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수감자 옆에는 박새풀을 먹은 개가 죽어 쓰러져 있었다. ‘산나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이라는 표어 아래 죄수들이 먹고 살기 위해 산에서 나무껍질을 채취하는 모습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메르나 씨는 “북한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서 같은 사람으로서 도와주고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조경행 민주평통 이집트지회장은 “이번 전시가 북한의 혈맹이었던 이집트에 북한 인권 실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북한은 1973년 4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에 공군 조종사를 파견했고, 당시 공군참모총장이던 호스니 무바라크(89)가 대통령이 되자 1980~1990년 네 차례나 평양을 방문했을 만큼 우호가 두터웠다. 한국과는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에야 수교를 맺었다.

하지만 2011년 이집트 정권이 바뀌면서 북한 대신 경제 협력 파트너인 한국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 정상은 단 한번도 평양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2014년 3월 서울을 찾았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인 이집트는 국제무대에서도 북한을 규탄하는 목소리에 동참하고 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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