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상회담 직전에… 달리던 만원 지하철서 ‘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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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 60명 사상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일 일어난 지하철 테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 서부 스트렐나에서 불과 25km 떨어진 지하철역 두 곳 사이의 터널을 지나던 객차 안에서 발생했다. 폭탄 파편으로 가득 찬 장비가 폭발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볼 때 의도적인 테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개된 폭발 지하철 사진 속 지하철 철문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내부는 폭발 흔적으로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유독 출입문이 완파된 점으로 볼 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있던 시민이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42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지하철역 내부가 마치 안개가 자욱한 것처럼 뿌연 연기가 가득한 가운데 시민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다친 승객들은 승강장으로 나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문 하나가 완파됐고 근처 바닥에 부상을 당한 승객들이 쓰러져 있었다. 사망자와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상자가 많아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가운데는 어린이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당국은 일대 모든 지하철역을 폐쇄하고 테러가 발생한 지하철역에 구조대 120명을 긴급 투입해 구조 작업을 펼쳤다. 구급차 41대가 투입됐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지하철 일대도 테러 직후 보안이 대폭 강화됐다. 푸틴 대통령은 테러 직후 루카셴코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아직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이른 단계”라며 “테러리즘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폭발 원인을 찾기 위한 수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테러는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10명에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폭발 위력은 크지 않았지만 폭발장치 안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면서 사상자가 늘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의 다른 역에서도 불발탄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카이로=조동주 djc@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김예윤 기자
#러시아#테러#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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