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독일의 도구일뿐”… 대서양 동맹 흔드는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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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나토에 노골적 반감 드러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20일 취임을 앞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평화를 떠받쳐 온 미국-유럽 대서양 동맹의 근본을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높이 평가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럽의 맹주 독일과 프랑스의 지역 내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내심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이날 보도된 영국 더타임스, 독일 빌트와의 연쇄 인터뷰에서 “EU는 독일의 도구(vehicle)일 뿐이다. 영국이 EU를 떠난 건 현명한 선택”이라며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더타임스 인터뷰는 지난해 6월 브렉시트 캠페인을 주도했던 마이클 고브 전 영국 법무장관과 함께 진행했다. 이어 “영국이 훌륭하게 브렉시트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브렉시트 후 영미 양자협상도 최대한 신속하게 잘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직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도 영국의 뒤를 따를 것”이라며 EU 해체를 유도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는 “EU 국가들이 난민을 무리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브렉시트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건(난민 수용은) 조금씩 쌓여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last straw)였다”고 비유했다.

 그 책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돌렸다. 트럼프는 “메르켈은 재앙적인 실수를 했다.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모두 취했다”며 독일의 난민 포용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독일의 이민자 수용으로 유럽인들도 미국 여행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어 “독일 자동차회사인 BMW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한다면 35%의 국경세(border tax)를 물어야 할 것”이라며 “미국 영토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협박도 했다. BMW는 멕시코 자동차 생산계획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16일 “우리는 약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다”며 트럼프에 맞섰다.

 트럼프는 나토에 대해서도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 오래전에 만들어져 ‘한물간(obsolete)’ 조직이라는 것”이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어 “두 번째 문제는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미국에만 의존하고 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해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제재를 해제하는 대신 핵무기를 감축하는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며 유화적인 자세를 취했다. 러시아와 핵 군비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최근 발언을 뒤집으며 러시아에 추파를 던진 것이다.

 트럼프는 중동 정책에서도 EU와 차이를 드러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15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해결 방법으로 양국 존재를 인정하는 ‘2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국제평화회의가 열렸다.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미국 정부가 취해온 ‘2국가 해법’ 대신 친이스라엘 쪽으로 방향을 잡은 트럼프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독일과 프랑스 외교장관은 트럼프가 추진하는 미국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에 대해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포함해 전 세계 70여 개국 외교장관이 관련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영국은 트럼프 눈치를 보며 옵서버로 회의에 참여만 했다. 브렉시트 온건파였던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도 “EU 단일 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면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줄 것”이라며 영국이 유럽의 조세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EU를 압박했다.

 EU와 각을 세우는 트럼프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민들의 시선도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독일 DPA통신은 빌트암존타크 조사 결과를 인용해 독일 국민 68%가 트럼프 취임이 미독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지지율은 90%에 달하지만 지난해 초 트럼프 지지율은 6%에 불과했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u#트럼프#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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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17 10:41:09

    트럼프란 자슥 경쟁상대가 될만한 모든 나라에 적개감 내지 불편한 심기로 싸움을 거는데, 느도 가만보니 임기 채우기가 아주 벅차게겠다. 2차대전 직후 처럼 미국이 그렇게 일방적이어서는 세계 평화없다. 가능성 낮지만 독불 중이 연합하는 날에는 미국 감당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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