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 ‘검은 돈과의 전쟁’ 시험대에…2월 지방선거서 평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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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검은 돈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다음달 초부터 실시하는 5개 주 지방선거에서 모디 총리는 화폐 개혁에 따른 경제 혼란 등에 대한 민심의 평가 받기 때문이다.

4일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우타르프라데시 펀자브 우타라칸드 고아 마니푸르 등 5개 주 투표를 다음달 4일부터 3월 8일까지 시행한다. 인도 야당들은 화폐 개혁에 따른 경제 손실을 정확히 밝히라는 등 정부를 상대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는 경제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리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11월 시중 유통 화폐의 86%를 차지하는 고액 화폐 500루피(약 8500원), 1000루피(약 1만7000원)의 사용을 전격 중단했다. 현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인도 경제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지하경제의 검은 돈을 양성화 하려는 취지였다. 인도의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에선 세금을 내는 사람이 많지 않다. 2013년 기준 전체 인구의 1.6%인 약 2000만 명만 세금을 냈다. 98.4%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개인·법인 소득세도 선진국(평균 12%)의 절반 이하인 5.6%에 불과하다. 인도 정부는 구권을 신권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 자산에 세금, 과태료 등을 매기고 있다.

인도 재무부는 지난달 17일 현재 화폐개혁 이후 295차례 세무 조사에서 260억 루피(4550억 원) 규모의 은닉 수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은닉 재산에는 총액의 77¤100% 가 세금, 과태료, 벌금으로 매겨졌다. 모디 총리는 최근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화폐개혁으로 검은돈이 공개된 장소로 나오게 됐다"며 화폐개혁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뒤따랐다. 하루에 교환할 수 있는 신권은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생활필수품 구입 등에 필요한 돈을 확보하려면 매일 은행에서 돈을 타야 했다. 은행에는 돈을 교환하려는 사람들이 매일 긴 줄을 섰다. 낮에 은행을 찾기 어려운 일용직 근로자들은 아예 은행 앞에 줄지어 밤을 지세워야 했다.

오디샤 주, 자르칸드 주 등에서는 신권 화폐 부족으로 주민들이 채소를 생선, 기름 등과 교환하는 물물교환 거래가 등장했다. 서부 구자라트 주에선 지난달 구권 화폐를 가지고도 채소를 사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까지 발생했다.

'불법 돈 세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뭄바이의 한 주민은 부동산 거래로 취득한 구권 2억 루피를 돈세탁조직과 관련된 변호사를 통해 절반을 수수료로 내고 모두 1억 루피의 신권으로 교환했다. 이 주민은 라자스탄 주 제조업체와 보석상 등을 이용해 구권을 이들 업체의 매출로 속이는 방법으로 돈세탁을 했다.

화폐개혁은 인도경제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쳤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번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서 인도의 경제 성장률을 당초 7.4%에서 6.9%로 하향 조정했다. 인도 통계부는 이번 회계년도의 경제 성장률을 7.1%로 전망했다. 모디 정부가 2014년 5월 출범한 이후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이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났다. 최근 아룬 자이틀레이 인도 재무장관은 지난해 4~11월 전년과 비교할 때 간접세는 26.2%, 직접세는 13.6%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화폐개혁이 세수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온라인 및 모바일 결재도 크게 늘었다. 인도 최대 온라인·모바일 결제 업체 페이티엠(PayTM) 이용자가 화폐개혁 20일도 안 돼 10배로 늘었다. 모비퀵(MobiKwik), 프리차지(Freecharge) 등 다른 모바일 결제 회사들도 거래 규모가 증가했다. 지난달 인도를 방문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는 강연에서 "기존 고액지폐 유통을 중단한 것은 '지하경제'에서 '투명 경제'로 이행하는 중요한 조치"라며 "디지털 거래가 급격히 증가해 인도가 수년 내에 규모, 비율에서 가장 디지털화한 경제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디지털화에 탄력을 받은 인도 정부는 디지털 거래 활성화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아룬 자이틀레이 인도 재무장관은 지난달 초 신용카드와 전자지갑 등을 이용해 주유비를 결제할 경우 0.75% 할인하는 등 11개 항목의 디지털화 관련 경제 대책을 발표했다. 온라인으로 열차표를 구입하면 최대 100만 루피의 사고 보험을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보험을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납입금을 8¤10% 납입금을 인하하기로 했다. 전자태그 카드를 이용해 도로 통행료를 내면 요금 10%를 깎아준다.

모디 총리의 화폐 개혁은 현재 진행형이다. 화폐개혁 단행 이후 40일 동안 사용 중지된 지폐 가운데 38%만이 신권으로 교체됐을 뿐이다. 모디 총리의 정치적 명운은 이번 화폐 개혁의 결과에 달려 있는 평가도 나온다. 인도의 정치평론가 아제이 보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국민이 화폐개혁 고통을 감내하고서 얻은 게 무엇인지 물을 것"이라며 "모디 총리가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곤란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 "경제 성장률 둔화는 (세계 경제에서) 인도의 입지를 약화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모디 총리는 정치적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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