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크림반도, 러에 양보하라” 트럼프에 조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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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영토 인정’ 동유럽 해법 제안… ‘中 견제 위한 전략’ 해석도

 
“크림 반도가 러시아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자.”

 1970년대 미중 수교를 이끌며 최고의 외교 전략가로 꼽히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93·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최근 이렇게 조언했다고 28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독일 일간 빌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 반도를 2014년 3월 강제 병합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키신저는 크림 반도가 러시아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에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의 ‘친(親)러 반군’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중단시키는 대가를 얻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제안을 했다. 러시아는 러시아계가 많은 동부 우크라이나를 병합하기 위해 친러 반군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해 왔고 주변국들은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을 불안해하고 있다.

 키신저의 제안은 2014년 크림 반도 사태 이후 정치적 현실주의와 지정학을 강조하는 일부 전략가가 주장해 온 것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견제와 국제사회 제재 동참을 위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키신저의 제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 보인다. 트럼프는 올해 5월 미 공화당 경선이 한창일 때부터 키신저를 외교 분야 ‘과외교사’로 여겼고 대통령 당선 뒤에도 수차례 만났을 만큼 신뢰한다. 키신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정기적으로 만나며 가까운 관계를 맺어 왔다. 이처럼 트럼프와 푸틴과 동시에 가깝고 두 사람의 중재자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키신저의 발언을 스쳐 듣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도 푸틴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크림 반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올 7월에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크림 반도 거주자들이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 국민이길 바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친러 성향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우크라이나#크림반도#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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