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없는 ‘不戰의 맹세’ 이벤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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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4주년 맞은 날, 진주만으로 떠난 아베
오바마와 마지막 정상회담 후 애리조나기념관 방문해 헌화
美日 화해-동맹 중요성 과시

 
26일로 취임 4주년을 맞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역사적인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길에 올랐다. 이날 밤 도쿄(東京) 하네다 공항을 통해 출국한 아베 총리는 27일 낮(한국 시간 28일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의 애리조나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한다. 애리조나기념관은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당시 침몰해 승무원 1177명이 숨진 애리조나전함 위에 세워진 추모 시설로 미일 정상이 진주만에서 희생자들을 함께 추도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베의 진주만 방문은 올 5월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피폭지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 것에 대한 답례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출국에 앞서 일본 경제단체 경단련(經團連) 관계자들을 만나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주만에서 ‘부전(不戰)의 맹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지난해 4월 미국 의회 연설에서 밝혔듯이 “2차 대전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언급하겠지만 일본의 전쟁 책임이나 희생자에 대한 사죄 등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만난 집권 자민당 고위 관계자들에게도 진주만 방문과 관련해 “전후 총결산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하와이 방문 기간 중 다음 달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마지막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바마 정권 8년, 이 중 오바마-아베 정권이 함께한 4년을 되돌아보며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방침이다.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 승리로 집권한 아베 총리는 4년간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경제정책과 미일 동맹 강화에 힘을 쏟아 왔다. 아베 정권 4년을 함께해 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취임 4주년인 26일 기자회견에서 “집권 당시 미일 관계는 정상회담 일정도 못 잡을 정도로 최악이었다”며 “아베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등 극히 양호한 관계가 됐다”고 자찬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진주만


미국 하와이 오아후 섬에 있는 만. 미 태평양함대사령부가 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이 전투기 등으로 기습 공격해 2400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 이 중 전함 애리조나의 침몰로 1177명이 희생됐다. 미국은 다음 날 선전포고하고 ‘리멤버 펄하버(진주만을 잊지 말라)’를 구호로 반격에 나섰다.
#아베#오바마#진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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