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가무역委 신설… 위원장에 ‘反中-反FTA’ 나바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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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국가무역위 신설
트럼프측 “일자리 되찾아올 것” 나바로-로스, 무역정책 투톱으로
무역역조-환율 등 對中압박 거셀듯… 나바로, 한미FTA에도 비판적
‘기업사냥꾼’ 아이컨, 특별고문 맡아 선대본부장 콘웨이는 ‘대통령 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해 직접 무역 정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1일(현지 시간) NTC 초대 위원장에 강력한 대중(對中) 통상정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주장해온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사진)를 임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회오리가 세계를 강타할 것으로 전망된다.

 

▼ 트럼프, 무역부터 ‘美우선주의’ 강공 예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무역과 통상정책을 전담할 국가무역위원회(NTC·National Trade Council)를 신설하고 초대 위원장에 경제자문역 중 한 명인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임명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본떠 만든 NTC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컨트롤타워를 맡게 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한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압박하고 나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도 손보는 첨병으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NTC 신설은 미국 제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모든 미국인이 제대로 된 보수를 받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게 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결심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바로 지명자는 무역적자를 줄이고 경제성장을 촉진해 해외로의 ‘일자리 엑소더스’를 막을 무역 정책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은 윌버 로스가 담당할 상무부와 NTC라는 쌍두마차가 이끌게 된다. 제이슨 밀러 인수위 대변인은 “NTC를 바탕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지휘하에 상무부가 무역 정책의 많은 부분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백악관의 NSC가 컨트롤타워를 맡고, 국무부가 집행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나바로 지명자는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와 함께 트럼프 캠프에서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공약을 입안한 핵심 경제 참모다. 강경한 대중(對中) 통상 정책을 주장해 온 인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NTC를 중심으로 무역 역조와 환율 조작 등을 놓고 중국과의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나바로 지명자는 중국의 경제 영향력 강화가 미국에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의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 ‘곧 닥칠 중국과의 전쟁’ 등의 책을 쓴 바 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2일 ‘매파 학자의 백악관 진입으로 중미 양국이 함께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 사회에서 그는 ‘반(反)중국 학자’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나바로 지명자는 한미 FTA에 대해서도 줄곧 비판적이다.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와 함께 9월 트럼프의 통상·에너지 개혁 공약을 종합한 보고서에서 “한미 FTA로 미국에서 9만5000개 일자리가 사라졌고 대한(對韓) 무역수지 적자는 두 배로 늘어났다”며 한미 FTA를 비롯한 실패한 무역협정은 대대적으로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한미 FTA 중 집행 규정도 불충분하다. 한국이 자동차 관련 규정을 위반해도 최대 처벌은 2.5%의 관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론자로 대선 직전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서울과 도쿄가 미군 주둔을 지원하는 추가적인 방법을 단도직입적이고 정중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컨을 규제개혁특별고문으로 위촉했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아이컨은 처음부터 나와 함께했고, 세계 최고의 경영자다. 미국이 당면한 규제를 없애는 데 그의 도움이 매우 소중하게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익을 위한 글로벌 무역 경쟁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초강경파를 전진 배치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후보 시절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켈리앤 콘웨이는 대통령 고문으로 임명돼 백악관 내에서 최고위 여성 인사가 된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콘웨이가 백악관 대변인을 맡아주기를 희망했지만 콘웨이는 거절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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