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 “트럼프 발언은 뼛속까지 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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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국제부 기자
김수연 국제부 기자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트럼프의 추한 기록들….

2005년 녹취 파일 공개에 이어 연일 “트럼프에게 당했다”는 여성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 쯤 되면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판 개저씨(개와 아저씨 합성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그의 ‘개저씨 발언’을 향해 13일(현지시간)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가 뜨거운 일침을 날렸다. 그는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다” “예측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 뼛속까지 충격을 주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뉴햄프셔 주 유세를 지원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남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큼이나 인기 있는 그가 트럼프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 청중들은 기대했다. 그의 입에선 ‘트럼프’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연설 내내 미셸은 그를 ‘후보’라고 불렀다.

이날 미셸의 발언은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들이 저급하게 나와도, 우리는 높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며 차분하고 완곡한 표현을 썼던 것과 대조적이다. 여성이자, 두 딸의 엄마인 미셸에게도 트럼프의 발언은 눈 뜨고 봐주기 힘든 모양이다.

그는 “이것은 정치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먼발치에서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위대한 나라’ ‘1등 선진국’이란 수식어가 무색하게 올해 미국 대선에선 치열한 정책 토론이 실종되고, 추잡한 공방전만 난무하고 있다. 대선 TV 토론에서 “나는 말로만 했지만, 빌 클린턴은 행동(성추행)을 했다”는 유치한 피장파장 논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이날 퍼스트레이디는 “성폭행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의 후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우리는 이런 것을 무시할 수도, 우리의 아이들에게 더 노출할 수도 없다”며 힐러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주말인 15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뉴저지에서 힌두교도들과 만난다. 이민자, 여성, 참전용사 등 모두를 향해 람보처럼 혐오발언을 난사하는 ‘모두까기의 아이콘’ 트럼프가 어떤 발언을 할까. 또 다른 막말이 탄생할지, 소수자 표심을 끄는 새로운 면모를 보일지 궁금하다.

김수연 국제부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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