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평화로 가는길에 다시 먹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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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종식 평화협정 국민투표… 贊 49.7 - 反 50.2%로 부결
‘반군 사면-의회 진출’에 반발 커… 정부, 반군지도부와 재협상 검토

 콜롬비아 정부가 반군(叛軍)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체결한 평화협정이 2일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지긋지긋한 내전을 끝내기 위해 2012년 11월부터 4년간 진행된 협정이 마지막 고비에서 복병을 만난 것이다.

 콜롬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평화협정 국민투표를 개표한 결과 50.2%가 협정에 반대했고, 49.7%가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투표율은 37%로 낮았고 찬반 표차는 5만7000표에 못 미쳤다. 지난달 27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전망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다. 당시 여론조사에선 투표참여 의사를 밝힌 유권자 중 찬성이 66%로 나타나 협정이 수월하게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날씨 악재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은 콜롬비아 내무부의 발표를 인용해 “콜롬비아 북부 해안지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매슈’ 때문에 찬성 여론이 강세를 보인 지역에 투표소 82곳이 예정대로 설치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협정 내용 중 반군에 대한 면책과 FARC의 의회 진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알바로 우리베 전 콜롬비아 대통령이 이끄는 반대 진영은 “평화협정이 전쟁 범죄자들을 사면한다”며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협상안에 따르면 무장 투쟁을 하며 수많은 사상자를 낸 반군은 책임을 면제받고 FARC는 정치 조직이 돼 2026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의회 의석 10개를 확보할 수 있다.

 협정을 이끌었던 산토스 대통령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위기에 빠졌다. 투표 직전까지도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던 그는 투표 결과가 나온 뒤 FARC와 협의하기 위해 정부협상단을 협상장이 있는 쿠바로 파견했다. FARC도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재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콜롬비아 내전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장인 52년 동안 지속된 무장분쟁이다. 1964년 쿠바혁명에 감화된 농민군 지도자들이 FARC를 조직해 정부군과 대립하며 시작됐다. 현재까지 22만 명이 사망했고 600만 명이 넘는 실향민이 발생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콜롬비아#평화협정#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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