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데타군 조종사가 거사 전 정보당국에 밀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7일 20시 41분


터키 군부 쿠데타 발생 6시간 전 정보당국에게 거사를 미리 알려준 인물은 쿠데타에 가담했던 공군 조종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H.A’라고 불리는 이 소령은 터키 국가정보부(MIT)를 헬기 7대로 공습하고 MIT 수장인 하칸 피단을 납치하는 임무를 맡았었다고 터키 일간 휴리예트가 5일 보도했다.

이 조종사는 쿠데타가 발생하기 6시간 전인 지난달 15일 오후 2시 45분 앙카라에 있는 MIT 본부를 찾아 군부의 거사 계획을 밀고했다. 그는 쿠데타 계획과 함께 가담자 명단까지 MIT에 제공했다. 그는 쿠데타를 모의하던 군항공사령부에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고 말한 뒤 밖으로 나와 평소 시리아 공습작전에 참여해오면서 알고 지내던 MIT 요원과 접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쿠데타군 헬기 7대가 MIT를 폭격한 직후 혼란을 틈타 수장을 납치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털어놨다.

쿠데타 첩보를 입수한 피단은 이날 오후 4시경 훌루시 아카르 군총사령관에게 보고했고, 아카르 군총사령관은 오후 6시경 각 군 참모총장과 피단을 불러 쿠데타를 막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결과 전군에 탱크 등 장비 이동을 금지하고 경계를 강화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거사가 누설됐다는 걸 감지한 쿠데타군은 당초 16일 오전 3시에 거행하려던 쿠데타를 6시간 당겨 15일 오후 9시에 시도했지만 병력 동원이 제한돼 실패했다. ‘H.A’라 불리는 소령은 쿠데타 이후 정부의 보호를 받다가 최근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 내려진 칙령으로 정직당했다.

한편 쿠데타 공군은 15일 밤 F-16 전투기 2대를 동원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타고 있던 비행기를 격추시키려 했지만 갑작스런 연료 부족으로 실패했다고 러시아 관영매체 RT뉴스가 터키 친정부 신문 예니 사파트를 인용해 5일 보도했다. 쿠데타 당시 터키 남서부해안 마르마리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에드로안 대통령이 급히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다.

쿠데타 공군 소속 F-16 전투기 2대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탄 비행기를 레이더망에서 감지했지만 연로 부족으로 항로를 불가피하게 바꿔야 해 암살 작전에 실패했다. 대통령 전용기 ‘걸프스트림 IV TC-ATA’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해 공중전까지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초 이스탄불로 향하던 중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으로의 상륙이 안전한지를 확인받기 전까지 터키 소아시아쪽 서부도시 이즈미르로 항로를 잠시 바꾸기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갑작스런 항로 변경에 대해 로이터에 ‘기류 문제’라고 설명했었다.

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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