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망언-독도 도발’ 극우강경파 전면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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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각료 10명 교체 ‘중폭 개각’
마쓰노 문부상,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
이나다 방위상, 독도 영유권 주장
‘3연임 지지’ 니카이 與간사장에… 아베, 2021년까지 집권 겨냥 포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단행한 개각에서 ‘역사 수정주의’ 성향의 강경 우익 인사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53)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57·여)를 각각 문부과학상(교육부 장관)과 방위상(국방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역사관이 중시되는 이들 각료 자리에 극우파를 전진 배치한 것은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앞으로 외교적으로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같은 날 이뤄진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 ‘당 총재 3연임’을 지지해 온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77) 총무회장을 자민당 2인자인 간사장으로 임명해 자신의 장기 집권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 재선까지만 가능한 자민당 당규를 고치면 아베 총리의 임기가 도쿄 올림픽(2020년) 이듬해인 2021년 9월까지로 늘어난다.

교과서 검정 등을 담당하는 문부과학상에 기용된 마쓰노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와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한 무라야마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한국과 중국이 중시하는 이 두 담화가 거짓에 근거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중의원 6선 의원인 마쓰노 문부과학상은 2012년 자민당 총재였던 아베 총리와 이나다 신임 방위상과 함께 미국 뉴저지 주 지역신문에 ‘우리는 사실들을 기억한다’는 제목의 일본군 위안부 의견 광고를 냈다. 당시 광고는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며 군 위안부 제도에 대한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책임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 그가 교과서 검정을 총괄 책임지는 자리를 맡게 돼 일본 미래 세대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 위안부 기술(記述)을 줄이거나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일본 극우들의 역사관이 교과서에 반영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역사 인식이 오른쪽으로 치우친 이나다 방위상은 현직 각료 신분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여러 차례 참배하고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인해 왔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2011년 김포공항을 통해 울릉도 방문을 시도하다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나다 방위상이 국방정책을 주도하면 한일 군사교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원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논의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료 19명 중 10명이 새 얼굴로 바뀐 중폭 규모의 개각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75)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67)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59) 외상 등 2012년 12월 아베 2차 내각부터 함께 해온 핵심 각료들은 유임됐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를 진두지휘할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59) 경제재생담당상도 교체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베 총리의 잠재적 라이벌로 꼽혀 온 이시바 시게루(石破茂·59) 지방창생담당상은 내각을 떠나 차기 총리를 향한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개각#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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