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시도 세력 비난…‘전략거점’ 터키 달래기 나선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2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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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최고사령관인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이 1일 이슬람국가(IS) 공습 전초기지이자 유럽·중동 전략 거점인 터키를 직접 방문하며 뿔난 터키 달래기에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이후 터키를 위로 방문한 서방 고위인사가 전혀 없다”며 공개적으로 화를 낸 지 사흘 만이다.

던포드 의장은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비날리 일디림 총리와 만나 쿠데타 시도 세력을 강하게 비난하며 터키의 민주주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터키가 쿠데타 주범으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툴라흐 귈렌(75)을 넘겨달라고 미국에 요청했지만 미국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러왔다. 터키는 쿠데타 이후 미국과 유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터키보다 쿠데타 주도자의 권리를 더 중시한다고 불만을 터뜨려왔다.

미국이 터키 달래기에 나선 건 터키의 협조 없이는 IS 공습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터키는 지난해부터 시리아 국경지대 인시르릭 기지를 IS 공습용으로 미군에 제공하고 있다. 중동 유럽 러시아와 인접한 인지를릭 기지는 미군이 공습작전을 펼치기에 최적의 장소다. 던포드 의장은 일디림 총리를 만난 후 인시르릭 기지를 방문했다.

주터키 미국대사관은 이날 던포드 의장의 방문에 대해 “지역 안보를 위해 미국과 터키의 견고한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걸 재확인한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날 앙카라에 있는 미국대사관 앞에서 “귈렌을 당장 송환시키라”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터키 여론은 여전히 미국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미군은 이날 IS가 점령한 리비아 시르테에 사상 첫 공습을 개시하며 대(對) IS 전선을 확대했다. 시르테는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으로, IS가 지난해 6월부터 점령하고 있다. 이번 공습은 리비아 통합정부의 요청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공습으로 IS의 탱크와 차량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상군 투입은 없을 거라고 선을 그었다.

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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