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자들에 ‘뭇매’ 맞은 존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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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거짓말… 신뢰할수 있나”
기자회견서 ‘과거막말’ 추궁당해… 당황한 존슨 연이은 말실수

“존 케리 장관, 당신은 오랫동안 거짓말과 과장된 얘기를 해 온 남자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요.”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는 19일 영국 런던 외교부 청사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사진)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질문 대상은 케리 장관이었지만 세계적 리더들에게 막말을 해온 ‘유럽의 트럼프’ 존슨 신임 장관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어진 AP통신 기자의 질문은 바로 존슨 장관을 향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조상 대대로 영국을 싫어하는 부분적인 케냐인’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잔류를 지지하자 존슨 당시 런던시장이 비꼬면서 했던 말을 다시 꺼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는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 출신이다.

이 기자는 존슨 장관이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정신병원의 사디스트 간호사”라고 막말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이런 게 당신이 추구하는 외교냐”고도 물었다.

케리 장관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존슨 장관은 눈을 비비고 팔짱을 끼고 천장을 쳐다보며 불안해했다. 존슨 장관은 “시리아 사태 등 오늘 우리가 다뤄야 할 중요한 이슈가 많다”며 주제를 바꾸려 했지만 미국 기자들은 계속 물고 늘어졌다. 존슨 장관은 당황한 나머지 ‘터키 쿠데타’를 거론하면서 두 번이나 ‘이집트 위기’로 바꿔 말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존슨은 “지난 30년 넘게 기자로서 내가 써온 글들을 다 검토해서 사죄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피해 갔다. 하지만 과거 자신의 문제 발언에 대한 유감 표시나 사과는 없었다.

케리 장관이 “존슨 장관은 아주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도와주자, 존슨 장관은 웃으며 “저는 괜찮아요”라고 했고, 케리는 “이런 게 바로 외교”라며 농담으로 맞받았다.

존슨 장관의 혹독한 신고식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일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존슨 장관이 그동안 공격했던 나라들을 세계 지도에 표시하자 절반 정도가 해당될 정도였다. 존슨은 독설 창구였던 텔레그래프 기고를 중단하기로 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존슨#기자회견#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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